[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7월 4일부터 9월 26일까지 독일 뮌헨 갈레리슈트라세 6에 위치한 필저 & 그라프 갤러리에서는 덴마크 출신의 화가 마즈 라프테 하인(Mads Rafte Hein, *1977)의 개인전 '작은 드라마'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하인의 독일 첫 개인전이자, 미술사학자 티나틴 구구니슈빌리-브뤼크(Tinatin Gugunishvili-Brück)가 큐레이션을 맡아 하인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유럽 본토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마즈 라프테 하인-친구를 위한 노래 , 2025, 150 x 150cm (59.1 x 59.1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마즈 라프테 하인-친구를 위한 노래 , 2025, 150 x 150cm (59.1 x 59.1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작가와 작업 세계-마즈 라프테 하인은 덴마크 출신으로, 화려한 색채감과 장식적인 구성, 그리고 고전 회화에서 차용한 시각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속 실내 공간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연출되며, 관람객은 그 안에서 고대 신들을 묘사한 암포라, 신화 속 조각상, 골동품과 같은 오브제를 마주하게 된다.

하인은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와 장식품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반복과 과잉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를 유머로 포장한다. 관람객은 이 장식적 풍경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신화의 권위와 무심한 수용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즈 라프테 하인-문 시스터즈 , 2025. 50 x 60cm (19.7 x 23.6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마즈 라프테 하인-문 시스터즈 , 2025. 50 x 60cm (19.7 x 23.6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전시 주제와 메시지-'작은 드라마'라는 전시 제목은 하인의 작업 태도를 함축한다. 그는 거대한 신화적 서사를 무겁게 다루기보다, 이를 일상 속 장식품처럼 다루어 ‘작고 사적인 드라마’로 변환한다. 화려한 색채와 세심한 디테일 속에 배어 있는 거리는, 신화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는 신화의 위엄을 해체하기보다, 반복되는 이미지의 진부함과 그 속에 깃든 인간적 허술함을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미묘한 미소를 남긴다.

큐레이션과 공간 연출-이번 전시의 큐레이터 티나틴 구구니슈빌리-브뤼크는 하인의 작업을 ‘서양 문화 속 신화적 서사의 편재성’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냈다. 전시장은 고전적 장식미와 현대적 회화 언어가 결합된 공간으로 구성되며, 작품 속 오브제와 색채가 관람객의 시선을 부드럽게 이동시킨다. 고대 신들의 모습이 담긴 암포라나 도자기 조각상이 벽면의 회화 속에 자리하고, 주변의 세부 장식과 결합해 하나의 장면을 형성한다. 이러한 무대적 공간 구성은 회화가 단순한 평면이 아닌 ‘몰입적 장식 환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즈 라프테 하인-캡틴 마즈 라프테 하인, 2025 도자기, 흰색 석기 위에 유약 아래, 17 x 17cm , 2025-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마즈 라프테 하인-캡틴 마즈 라프테 하인, 2025 도자기, 흰색 석기 위에 유약 아래, 17 x 17cm , 2025-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미술사적 맥락과 해외 미술시장 반향-하인의 작업은 유럽 회화 전통 속에서 ‘신화’가 소비되는 방식을 새롭게 성찰하는 지점에 서 있다. 18~19세기 네오클래식 회화에서 신화는 권위와 미덕을 상징했지만, 하인의 화면 속 신화는 장식과 병치되며 ‘감상의 대상’에서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는 독일 미술시장에서 덴마크 현대회화의 위상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독일 남부의 문화 중심지이자 국제 갤러리 네트워크가 활발한 도시로, 필저 & 그라프 갤러리의 전시를 통해 하인의 작품은 향후 유럽 주요 아트페어와 컬렉션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마즈 라프테 하인-아웃사이더 , 2025. 33 x 33cm (13 x 13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마즈 라프테 하인-아웃사이더 , 2025. 33 x 33cm (13 x 13인치)-사진제공 필저 & 그라프 갤러리

관람객 경험과 의미-'작은 드라마'는 관람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쾌감을 넘어, 신화와 장식, 그리고 유머라는 세 요소가 얽힌 사유의 장을 제공한다. 작품을 마주한 순간, 관람객은 장식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비틀린 서사를 발견하고, 그것이 던지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우리는 신화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오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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