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주 여섯 번째 개인전 [초록녘 (A Period of Greenness)]

[아트코리아방송 = 황성욱 기자]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의 '아트로직 스페이스'에서 '2025 아트로직 스페이스 선정작가'인 홍윤주 작가의 여섯번째 개인전 [초록녘(A Period of Greenness)]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12점과 설치 작업 2점을 포함해, 범람하는 이미지와 정보 속에서 익명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사라짐’을 소멸이 아닌 새로운 채움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다. 

초록녁, oil on canvas, 90.9x72.7cm, 2025
초록녁, oil on canvas, 90.9x72.7cm, 2025

홍윤주 작가는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적 소비문화가 일상 깊숙이 스며든 오늘날, 자신 또한 또 하나의 흐릿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그 흐릿함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으며,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통해 주체적인 자유를 모색한다. 작가의 화면 속 색채와 형태는 피어오르고 번지고 흩어지며, 완성되기 전의 불안정한 순간을 가시화한다. 이러한 유기적 흐름은 삶이 본래 지닌 불완전성과 유동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초록녁, oil on canvas, 145.5x97.0cm, 2025
초록녁, oil on canvas, 145.5x97.0cm, 2025

'초록녘'이라는 전시 제목은 초록의 계절과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상징한다. 작가가 마주한 존재는 안정에 닿으려는 상상 속에서 점점 더 소비되고 대체되는 불안정한 형체이다. 그러나 그 불안 속에서 작가는 고요히 ‘사라지기’를 선택한다. 이는 곧 속하지 않음, 소유하지 않음, 얽매이지 않음이라는 태도를 통한 자기 해방이며, 스스로의 시각적 언어를 형성하는 본질적 과정이다.

초록녁, oil on canvas, 112.1x145.5cm, 2025
초록녁, oil on canvas, 112.1x145.5cm, 2025

작품은 “존재의 결여”와 “다층적 존재”라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지니며, 색채의 투명도 조절과 중첩, 번짐, 흐릿함 등을 통해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색이 사라졌다가 드러나는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관람자는 그 변화 속에서, 사라짐이 곧 다른 형태의 채움이자 생성의 순간임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전시의 대표작 〈초록녘〉과 〈Bruise〉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가장 응축한 작업이다. 투명도를 세밀하게 조절한 유화와 아크릴 물감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구현하며, 그 경계에 머무는 존재를 표현한다. 색채는 차갑게 덩어리진 형태 속에서도 따뜻하게 살아 숨 쉬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정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Bruise 1, oil on canvas, 72.7x90.9cm, 2025
Bruise 1, oil on canvas, 72.7x90.9cm, 2025

작가는 대량생산되어 버려지는 빈 병을 자신에 비유하며, 반복과 변화를 통해 감정의 진폭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소멸과 생성이 공존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사라짐이 결핍이 아니라 내면을 채우는 또 다른 시작임을 눈치챌 수 있다.

홍윤주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201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회색의 풍경](2019), [구름이 대화가 되는 순간](2022), [회유의 반향](2024)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작품세계를 확장해 왔다. 그녀는 제43회 PCAF 2021 동상,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특선, 국제현대미술대전 동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남아트센터, 웨이브 아트스페이스, Spacium Gallery 등에서 그룹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의 공식 오프팅 행사는 8월 15일(금) 오전 11시에 열리고, 전시는 오는 8월18일까지 계속된다. 

초록녁, oil on canvas, 2025
초록녁, oil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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