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런던 Lehmann Maupin 갤러리 2025. 9. 11 ~ 9. 29 | 런던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화가 칼리다 롤스(Kalida Rawles)가 미국 런던 Lehmann Maupin 갤러리에서 "This Time Before Tomorrow" 첫 개인전을 2025년 9월 11일~29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2024년 마이애미 페레스 미술관에서 시작해 멤피스 브룩스 미술관으로 이어졌던 'Away with the Tides' 이후, 작가의 회화 세계를 한층 확장한 신작 6점을 선보인다.
물, 시간, 그리고 경계의 흐림-롤스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회화 속 인물들은 물속을 걷거나 떠다니며, 그 표면 아래에서 인종, 권력, 접근성 등 복합적인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녀에게 ‘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밀물과 썰물처럼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유동성과 변화의 그릇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익숙했던 세밀한 얼굴 묘사가 사라지고,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인물의 몸은 분리되거나 뒤집히며, 초현실주의적 형상과 추상이 뒤섞여 ‘사이(between)’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는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위치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색채 실험과 물질의 경계-롤스는 이번 전시에서 색채 이론을 깊이 탐구하며, 3차 팔레트 내에서 어둡고 밝은 색채의 강렬한 대비를 구현한다. 이는 인물의 부력과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정의하는 동시에, 액체와 고체의 경계를 흐린다. 물결과 거품, 그림자, 별 등의 반복 모티프는 에너지의 변형과 재생 가능성을 상징하며, 특히 기체로 이루어진 거품과 별은 탄생과 소멸, 순환의 과정을 은유한다.
상징과 서사의 확장-'All is One'에서는 쌍둥이처럼 보이는 두 인물이 마주 서 있으나, 거울상은 아니다. 이는 세대 간 전승, 과거와 현재의 융합, 그리고 불·흙·물·공기의 네 요소가 공존하는 균형을 표현한다. 그러나 구성은 완벽한 대칭이 아니며, 서로 다른 세계로 향하는 시선을 담아낸다.
'When Time Carries'에서는 시간과 위치, 방향의 확실성이 사라진다. 물속에서 인물의 얼굴이 잔물결과 거품에 가려지며, 이는 환경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위장시키는 과정을 상징한다.
문학·신화와의 연결-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신화·철학·흑인 페미니즘 문학 등을 폭넓게 참조했다.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연금술사' 등은 작품의 서사적 뼈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텍스트는 위기의 시대에 예술가가 감당해야 할 역할, 그리고 혼돈 속에서의 창조적 가능성을 작품에 녹여냈다.
미래를 위한 청사진-롤스의 작품은 물이 가진 생명력과 역사성을 넘어, 인종·표상·윤리에 대한 미술사적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색채와 포즈 선택, 환경 묘사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미래 지향적 제안을 담고 있다.
'This Time Before Tomorrow'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관람객에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이번 전시는 9월 29일까지 런던에서 이어지며, 변화와 유동성, 그리고 경계의 흐림 속에서 예술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의 힘을 경험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