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희 작가 '세계화 시대, 한국적 감성으로 비상하다'
2025. 8. 7 ~ 10 | 서울 SETEC 전시장 1-23 세계아트페어 부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여름의 열기가 서울 강남을 덮친 8월, 제15회 뱅크아트페어가 서울 SETEC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 세계 작가들과 갤러리들이 한데 모인 이번 아트페어에서 단연 눈길을 끈 부스는 세계아트페어가 주관한 1-23번 부스였다. 특히 이곳에서 가장 높은 작품가로 주목받은 작가는 바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강정희 작가였다.
강정희 작가는 단순히 ‘가격’으로 주목받은 작가가 아니다. 그녀의 작업은 그 자체로 오랜 세월 여성성과 자연, 감정의 결을 아우르며 축적된 미학적 깊이를 반영한다. 이번 뱅크아트페어에서는 그녀가 꾸준히 탐구해온 ‘자연과 여인의 교감’을 주제로 한 회화들이 소개되었으며, 관람자들은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연, 여성, 그리고 생명의 이야기-회화로 직조된 감정의 풍경
강정희 작가의 예술세계는 단순한 형상 재현을 넘어선다. 그녀의 작품 속 여인은 자연 속에 융화되고, 고요하게 응시하며 꽃과 동물, 물의 흐름과 대화한다. 그것은 생명과 감정, 여성성과 자연이 만나는 교차점이며, 감정의 움직임을 색채로 엮어낸 시각적 서정이다.
작품 ‘Tea Time’, ‘Leopard’, ‘Buffalo’, ‘Waterfall’ 시리즈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여성의 내면성이 어떻게 하나의 유기적 언어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특히 야생의 생명들과 조우하는 여성 형상은 ‘존재의 회복’을 이야기하며, 자연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심미적 시선을 드러낸다.
서양화 위에 스민 한국적 감성 -'패션의 패션(Passion of Fashion)'
강정희 작가의 유화에는 독특한 감수성이 녹아 있다. 그녀는 서양화의 전통적 오일 페인팅 위에 한국 전통 섬유, 즉 무명과 삼베, 모시 등의 질감을 은유적으로 녹여낸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기법적인 실험이 아니라, ‘예술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꽃무늬와 장식 속에 여성의 기억을 담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한국의 정서와 기억, 그리고 세계화 시대 속에서의 여성 작가의 정체성을 담은 서사적 회화이다. 작품은 화려하지만 그 속엔 내면의 침묵이 흐르고, 따뜻하지만 그 안엔 시대의 고통과 감정의 진폭이 함께 서려 있다.
헤이리 개인전과의 교차 – 공간이 작가를 품다
이번 뱅크아트페어에 앞서, 강정희 작가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AN GALLERY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단지 공간적 확장이 아니라, 작가의 미학이 ‘삶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자연과 인간, 여성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실험적이되 감성적으로 풀어낸 그녀의 작업은 헤이리의 예술적 감성과 절묘하게 맞물렸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전시, 두 전시의 시공간은 강정희 작가의 예술세계가 결코 단일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그녀는 도시와 자연, 현실과 이상, 감성과 기술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예술로 말하는 ‘공존’의 언어-강정희 작가의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합니다.” 그녀는 고래와 여성, 꽃과 바다, 천과 선(線)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고, 예술이 어떻게 회복의 언어가 되는지를 조용히 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미국 오이코스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강정희 작가는 현재 아트코리아방송 샌프란시스코 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녀의 활동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다. 그것은 예술을 통한 감정의 연대이며, 문화와 문화를 잇는 ‘미의 대화’다.
작가 소개
강정희 Jeung Hee Kang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서양화 전공 MFA
스탠퍼드대학교 연구 활동
샌프란시스코, 뉴욕, 서울 등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 30여 회
주요 전시: Stanford University 초대전, Fiore Salon, 선화랑, 에코락갤러리 등
주요 수상: Art People 대상(2018), 한국예술문화협회 금상(2011), Writs Gallery 국제전 입상 등
오이코스대학 서양화 교수, 아트코리아방송 샌프란시스코 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