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9월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세계적인 예술 축제인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 전시가 다시 런던 리젠트 파크(Regent’s Park)로 돌아온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이 공공 조각 전시는 무료로 개방되며, 전 세계 14명의 현대 조각 작가들이 참가해 역사적 영국 정원 곳곳을 예술로 채운다. 본 전시는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및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와도 맞물려 진행된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조각-올해의 주제: ‘In the Shadows’-이번 프리즈 조각 2025의 큐레이터인 파토스 위스텍(Fatoş Üstek)은 "그림자 속에서(In the Shadows)"라는 주제를 제시한다. 그림자를 두려움과 부정의 상징이 아닌, 기억과 상상력, 신화와 생태가 교차하는 창조적 공간으로 해석한다. 작가들은 이 공간 안에서 부재를 존재로, 침묵을 표현으로, 그림자를 가능성으로 변환해내며, 예술이 여전히 '무형의 것을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조각 작품들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앤디 홀든(Andy Holden)의 새소리를 구현한 청동 조각, 리나 사이니 칼라트(Reena Saini Kallat)의 생태적 비극을 고발하는 '레퀴엠', 존 퀵투시 스미스(Jaune Quick-to-See Smith)가 미국 원주민 기억에 헌정한 조형물이 그러한 예다. 에르윈 웜(Erwin Wurm)의 유령 같은 옷 형상과, 부르차크 빙괼(Burçak Bingöl)이 리젠트 파크의 점토 토양을 활용한 ‘Terrenum Rosa’ 시리즈는 인간과 자연, 기억과 유물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주제를 구현한다.
조각을 넘은 ‘경험’의 장으로-올해 프리즈 조각은 단순한 설치 전시를 넘어서 퍼포먼스와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에게 확장된 경험을 제공한다. Assemble의 의상 행렬, Simon Hitchens의 드로잉 퍼포먼스 및 워크숍, Lucía Pizzani와 Lucia Pietroiusti의 라이브 퍼포먼스 등은 예술의 창작 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큐레이터 위스텍이 직접 동행하는 산책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큐레이터는 “그림자는 이야기가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게 펼쳐지는 곳이다. 올해 작가들은 이러한 공간 안에서 생태적 취약성과 역사적 소멸, 그리고 인간의 변화를 조각으로 다룬다”며, “방문객들이 리젠트 파크를 여행하며 그림자 속에 존재하는 것이 변화의 씨앗임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런던 조각 주간과의 연계-도시 전체를 예술로-프리즈 조각은 올해로 4회를 맞는 런던 조각 주간(London Sculpture Week)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 런던 전역에서는 'Fourth Plinth', 'Sculpture in the City', 'The Line' 등 다양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된다. 이는 도시 공간을 예술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하며, 현대 조각이 도시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9월 26일에는 바르부르크 연구소(Warburg Institute)에서 관련 컨퍼런스도 열려, 큐레이터, 비평가, 시민들이 공공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올해도 블룸버그 커넥츠(Bloomberg Connects) 앱을 통해 프리즈 조각의 공식 디지털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큐레이터 위스텍의 오디오 해설이 포함된 이 무료 앱은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작품과 큐레이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의 예술 감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참여 작가 및 주요 작품
에르윈 웜(Erwin Wurm) – Ghost (Substitute) / Thaddaeus Ropac
Jaune Quick-to-See Smith – King of the Mountain / Garth Greenan Gallery & Stephen Friedman Gallery
앤디 홀든(Andy Holden) – Augries (Lament) / Seventeen & Hidde van Seggelen
Assemble – FIBERDOG / Plinth
Elmgreen & Dragset – Life Rings, Fig.3 / Pace Gallery
Simon Hitchens – Testifying the Unseen / CLOSE Gallery
리나 사이니 칼라트(Reena Saini Kallat) – Requiem (Last Call) / Nature Morte
부르차크 빙괼(Burçak Bingöl) – Terrenum Rosa Unit / Galeri Nev İstanbul
Henrique Oliveira – Desnatureza 8 / Almeida & Dale 외
그레이스 슈윈트(Grace Schwindt) – When Remembering You Through You / Galerie Peter Kilchmann
루시아 피자니(Lucia Pizzani) – Story of the Eye, the Snake, and the Seed
압돌라 나피시(Abdollah Nafisi) – Neighbour / Dastan
데이비드 알트메이드(David Altmejd) – Nymphs 1, 2, 3 / White Cube
티무르 시친(Timur Si-Qin) – Last of the Wild and Free / Albion Jeune
프리즈 조각 2025는 단지 조형물의 전시가 아니라, 현대미술이 우리 삶과 사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의 장이다. 공공성과 예술성, 기억과 생태, 참여와 사유가 조화를 이루는 이 전시는 도시와 인간, 그리고 예술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하나의 ‘그림자 속 초대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