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승 작가+음악감독 정재일의 협업
- '서귀 - 수취인불명'展 8월 1일 개막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제주 성산에 위치한 몰입형 복합문화예술공간 '빛의 벙커'가 '서귀 - 수취인불명'展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자연과 신앙, 그리고 존재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관람객은 빛과 소리, 공간 연출이 어우러진 몰입형 콘텐츠를 통해 제주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서귀'는 한라산 선작지왓, 윗세오름, 문섬, 엉또폭포 등 제주의 지형과 영등굿, 동자석, 살장, 기메 같은 제의적 상징을 결합한 총 16분 20초 분량의 파노라마 멀티채널 영상으로 구성된다. 여섯 개의 시퀀스를 따라 물, 바람, 눈, 흙, 불, 그리고 다시 물로 회귀하는 여정을 그려내어 관객은 영상 속에서 한 편의 장례이자 탄생의식을 통과하며, 자연과 인간의 순환성에 감각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제목 '서귀(西歸)'는 '서쪽으로 돌아감', 즉 죽음을 은유하는 한자어로 제주 신앙에서 저승으로 향하는 여정을 의미한다. 부제 '수취인불명'은 끝내 전해지지 못한 감정의 잔향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의 영상은 생명과 죽음, 기억과 존재 사이를 오가며, 관람객 스스로가 '떠나는 자' 혹은 '배웅하는 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전환해가는 체험을 유도한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이 단순한 관람자에서 존재적 여정을 함께하는 주체로 변화하도록 이끌며 빛과 소리, 공간의 흐름 속에서 개인적인 감정과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두 예술가의 깊이 있는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장민승 작가는 장소의 기억과 경계를 주제로 영상 및 설치 작업을 지속해온 아티스트로, 이번 작품에서는 제주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지대로 여겨지는 '미여지뱅뒤'를 직접 답사하고 촬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의 지층, 지형, 그리고 제의적 풍경을 시적인 영상 구성으로 재해석하여, 관객에게 시간과 존재의 경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안한다. 음악감독 정재일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의 OST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온 작곡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속적 리듬과 클래식 선율을 결합해, 공간을 감싸는 감각적인 사운드 레이어를 구현함으로써 영상과 음악, 공간이 어우러진 몰입형 경험을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