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도 미술의 조용한 강자였던 티엡 메타(Tyeb Mehta, 1925~2009)가 다시 미술시장 정점에 섰다. 그의 대표작들이 올해 들어 연달아 고가에 낙찰되며, 작가 개인의 경매가 기록은 물론, 인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분기점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4월, 뭄바이의 사프론아트(Saffronart) 경매에서 메타의 1956년 작 <Trussed Bull>은 무려 720만 달러(약 99억 원)에 낙찰되어, 그의 작품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황소가 도살장에 묶인 모습을 강렬한 붉은색과 단순화된 형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메타가 평생 다뤄온 ‘구속된 생명’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집약한 대표작이다.

타이브 메타, '묶인 황소' (1955). 이미지 제공-Saffronart
타이브 메타, '묶인 황소' (1955). 이미지 제공-Saffronart

인도 모더니즘의 얼굴, 세계 경매 시장에 다시 서다-티엡 메타는 50년 넘는 화업 동안 200점 남짓한 캔버스만을 남겼으며, 그 중 다수가 기관이나 주요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어 시장에 출현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번 경매 기록은 단지 작가 개인의 명성을 넘어서, 인도 모더니즘에 대한 세계 미술시장의 시선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불과 3주 뒤, 아스타구루(AstaGuru) 경매에서는 그의 1973년작 <무제(대각선)>이 680만 달러에 낙찰되며 두 번째 기록을 경신했다. 이른바 ‘대각선 시리즈’로 불리는 이 연작은 구도 중심을 날카로운 대각선이 가르며, 분열과 긴장을 시각화한 메타의 대표적 형식 실험이다.

왜 지금, 메타인가?-전문가들은 이번 경매 열풍이 작가의 탄생 100주년(2025년)을 앞두고 열릴 대규모 회고전과 출판 프로젝트에 따른 재조명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프론아트 CEO 디네쉬 바지라니는 “그의 대표작은 몇 없으며,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품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다”고 밝혔다.

타이브 메타, 제목 없음(인력거를 탄 황소) , 1999. 이미지 제공-Saffronart.
타이브 메타, 제목 없음(인력거를 탄 황소) , 1999. 이미지 제공-Saffronart.

메타는 1960년대 뉴욕에 체류하며 록펠러 재단 펠로우십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시기 컬러필드 회화에 영향을 받아 대담한 단색 평면과 날카로운 형상 구성을 정립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한 존경심은 비틀리고 구속된 인물 형상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양식은 인도 분단 당시의 종파 폭력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황소’와 ‘신화’로 말한 삶과 고통-그의 대표작 <Trussed Bull>은 평생 집요하게 그린 ‘황소’ 이미지의 시작점으로, 메타 스스로 침실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다. 작품은 사망 후 그의 아내 사키나 메타에 의해 위탁되었으며, 이번 낙찰에는 인도 국립미술관인 키란 나다르 미술관 등 10개 이상의 입찰자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외에도 <무제(인력거를 탄 황소)>(1999)는 2022년 560만 달러에, 조각 <황소의 머리>(1998)는 2020년 43만 6천 달러에 각각 낙찰되며 그의 작품 전반이 시장에서 고루 주목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 만수카니는 “2000년대 초 약 30만 달러에 낙찰되던 그의 작품이 현재 700만 달러에 달한다”며, “20년 만에 7배 상승한 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체 캔버스 수량이 워낙 적고, ‘대각선 시리즈’는 약 60점 미만으로 알려져 있어 시장에서의 공급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그 외 시기의 작품이나 초기 실험작, 판화 및 드로잉에 대한 관심도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러 국제 작가들의 사례에서도 관찰되는 경향이다.

티에브 메타, 무제(대각선) , 1973. 이미지 제공-AstaGuru, 뭄바이.
티에브 메타, 무제(대각선) , 1973. 이미지 제공-AstaGuru, 뭄바이.

[기자 해설]
티엡 메타는 인도 미술의 정신사적 흐름을 몸소 겪은 작가다. 그는 폭력과 분열, 신화와 구속의 상징들을 '색'과 '형태'의 언어로 풀어냈다. 그의 작품은 단지 미술 시장의 수익성이 아닌, 인도 현대사를 관통한 작가적 통찰의 결정체다.

그가 생전 묘사했던 말처럼,
“황소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동시에 삶을 증명하는 존재다.”
오늘날 그 황소는 캔버스를 넘어 전 세계 수집가들의 시선과 손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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