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장식이 아니라 학문이다”-제4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을 바라본 미국 교수의 제언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7월 16일,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 제4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 시상식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트코리아방송이 지난 2013년 7월 15일 첫 문을 연 이후, 13년 동안 작가들과 동행하며 2022년부터 처음 시작한 이 대전은, 올해 처음으로 4년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공식 시상하며 그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는 아트코리아방송과 아트코리아문화예술협회가 지난 13여 년간 작가들과 미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지원을 받으며 공정한 공모 운영과 문화예술인 지원에 헌신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손승희-온기 2023 Oil on Canvas 60.6-72.7cm-사진 김한정 기자
손승희-온기 2023 Oil on Canvas 60.6-72.7cm-사진 김한정 기자

하지만, 국내 미술계의 구조적인 한계와 공모전 운영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매년 심사위원단을 투명하게 구성하고, 작가들에게 보다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심사의 공정성’과 ‘실력의 기준’에 대한 논의는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미술계 전반에 내재한 평가 기준의 혼선과 미술 교육의 방향성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기자는 한국 미술 공모전의 현재를 세계적 시각에서 되짚어보기 위해, 미국에서 40여 년간 활동하며 교육과 창작을 병행해온 '강정희 교수(現 오이코스대학교 서양화과)'에게 이번 공모전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줄 것을 의뢰하였다.

박세희-기적의 빛 2025 Acrylic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박세희-기적의 빛 2025 Acrylic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오소피-2025 생명순환의 숭고함-2025 Mixed Media, 72.7-53cm-사진 김한정 기자
오소피-2025 생명순환의 숭고함-2025 Mixed Media, 72.7-53cm-사진 김한정 기자

미국에서 본 한국 미술 공모전의 과제-강 교수는 미국 유명 대학들을 거쳐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 회화와 현대미술 이론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작품을 단지 시각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작품은 작가의 사고 구조와 철학, 그리고 오랜 시간의 연구와 훈련이 축적된 결과로 봅니다. 베이직한 조형의 이해, 현대미술적 문맥에서의 접근, 그리고 작가로서의 지속 가능한 탐구가 핵심입니다.”

유경완-희망으로의 단상.. 소원을 짓다 2024 Mixed Media on Wood, 65.1-53.5-12.0cm-사진 김한정 기자
유경완-희망으로의 단상.. 소원을 짓다 2024 Mixed Media on Wood, 65.1-53.5-12.0cm-사진 김한정 기자

강 교수는 이번 제4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 출품작들을 두루 살펴본 뒤,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고, 특히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적 완성도나 형식미가 뛰어난 작품들이 때때로 예술적 본질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예술성과 조형성, 그리고 현대적 해석력’이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 해외 시각에서 본 선정 포인트-강 교수는 특히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인상 깊은 작품들을 언급했다.

기초 조형력의 밀도: 형태와 색채, 구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돋보였던 작품
자기 세계관의 구축: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내면에서 비롯된 철학이 그림 전체를 관통한 경우
현대적 담론과의 연결: 사회적 메시지나 철학이 함축적으로 담긴 서사 구조를 가진 작업

이승배-아비투스 2025 Collage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이승배-아비투스 2025 Collage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임혜미-4가지 재즈가 흐르는 우주 2025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사진 김한정 기자
임혜미-4가지 재즈가 흐르는 우주 2025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사진 김한정 기자

“기술이 뛰어난 것은 당연한 전제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은 그 위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작품에서 느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창작으로 인정받습니다.”

‘수상보다 중요한 것’… K-ART의 미래를 향해
이번 대전에서 수상을 한 작가들에게 상금이 사라진 대신 18인의 초대전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받은 수상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그늘도 있다. 여전히 “누가 추천했느냐”, “왜 떨어졌느냐”는 문의와 아쉬움의 목소리는 뒤에서 끊이지 않는다. 이는 미술계 전체의 기준 혼재와 신뢰 결핍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본 기자 역시 미술 전공자가 아니지만, 패션 업계에서 뼈가 굵은 오랜 경험과 13년간 작가들과 동행하며 느낀 점은 명확하다. “K-ART의 국제화”를 위해선 국내 미술 교육과 공모 시스템의 기준 정립, 그리고 해외 시각의 적극적 수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트코리아의 실험, 그리고 다음 10년-아트코리아방송과 아트코리아문화예술협회는 앞으로 국내 교수진 확보, 외국 교수진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분과별 회장제, 전 세계 해외 지회 설립 등 체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미술의 글로벌 도약을 실현하고자 한다.

최재혁-살바드르 달리 2024 Acrylic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최재혁-살바드르 달리 2024 Acrylic on Canvas, 72.7-60.6cm-사진 김한정 기자

강 교수의 마지막 제언은 이렇다.
“한국 작가들의 역량은 분명히 세계적입니다. 다만, 그것을 증명할 문법과 프레젠테이션이 달라야 할 시점입니다. 작가가 곧 연구자이며 사상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작품은 장식이 아니라 학문이다.’
공모전의 수상 여부를 넘어, 오늘의 창작이 미래의 기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강정희 교수가 선정한 작품이나 의견은 미국사회의 의견이 아니며 강정희 교수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정리 및 구성: 김한정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대표이사)
기획 협조: 강정희 교수(오이코스대학교 서양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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