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히든엠갤러리에서는 2025년 7월 17일부터 8월 7일까지 이상균, 전영주 두 작가의 2인전 'Tremor & Gaze'가 열린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떨림(Tremor)’과 ‘응시(Gaze)’라는 상이한 감각을 기반으로 회화의 물성과 감각적 깊이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두 작가의 고유한 조형 언어를 통해 던지고 있다.
이상균: 중력과 물질의 조형 언어-이상균 작가는 건축 구조물의 스케일과 물리적 힘, 그리고 그 안에 깃든 긴장감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먹줄’을 회화 도구로 전환해, 직선이 아닌 ‘떨림의 선’을 화면에 남긴다. 이 선들은 예상 불가능한 방향으로 흔들리며, 화면 안에 힘의 축적과 긴장의 균형을 시각화한다.
최근에는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고 티타늄 화이트와 먹만을 사용함으로써, 순수한 물질성과 면의 두께감에 집중하고 있다. 흰색 물감의 접착 두께와 질감의 변화는 직선 위에 구축되며, 마치 인공 구조물의 형성과정을 압축한 듯한 밀도 높은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있어 이 회화적 표면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 구조물과의 접촉에서 체득한 물질적 경험의 연장이자, 물질을 다루는 의식의 기록이다.
그의 회화는 표현이 아닌 ‘조율’이며, 붓질이 아닌 물질의 구축이다. 이상균은 회화가 감각을 전달하는 평면이 아니라, 물성과 시간의 압축된 층위가 되는 지점을 실험하고 있다.
전영주: 파편과 마찰의 회화적 재구성-전영주 작가는 익숙한 일상의 장면과 사물에서 출발해, 이미지의 조각들을 해체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회화적 질서를 형성한다. ‘요철(凹凸, texture)’이라는 개념은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한 열쇠로, 평면과 입체, 시각과 물질의 경계를 감각적으로 마찰시키는 지점이 된다.
작가는 다수의 시점에서 찍은 사진, 일상의 이미지 파편들을 수집하고 해체하여 회화로 재조립한다. 붓질 하나하나는 파편이 되어 추상의 영역에서 구상으로 나아가는 ‘패치워크’의 과정이며, 이는 능숙한 붓의 흔적이 아니라, 예측과 왜곡이 반복되는 응시의 실천이다.
그림을 눕혀서 그리는 독특한 방식 또한 작가의 ‘불안정한 응시’에 기반한다. 수직적 화면과의 마주침 대신 대각선에서의 관찰은 이미지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거부하고, 오히려 그 모호함 속에서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물감의 텍스처, 캔버스 천의 결, 틀의 두께 등 회화 외부의 물리적 요소들 또한 작품 안에서 능동적인 시각 언어로 작동한다.
'Tremor & Gaze'는 이상균과 전영주, 두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화적 언어를 구성해온 여정을 조명한다. 이상균은 구조물의 물성을 ‘떨림의 선’으로 치환하고, 전영주는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시선의 구조’를 재구성한다. 이들의 회화는 더 이상 화면 위의 형상에 머물지 않고, 감각과 물질, 시간과 시선이 교차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단순한 형상이나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서, 감각의 진동과 물질의 저항, 그리고 시선의 굴절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사건임을 제시한다. 두 작가의 접점에서 우리는 회화가 다시 한번 감각의 언어로 발화되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Tremor & Gaze'
참여 작가: 이상균, 전영주
기간: 2025년 7월 17일 – 8월 7일
장소: 히든엠갤러리 (서울 종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