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마노로 나일스, '기억의 조각을 담은 화폭, 정서적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현대 초상화'
전시명: When There's Nothing I Can Do: I Go to My Heart
작가: 아크마노로 나일스 (Arcmanoro Niles)
전시기간: 2025년 6월 12일(목) ~ 8월 15일(금)
장소: Lehmann Maupin, 501 West 24th Street, New York
주요작품: '어느 날 내 짖는 소리가 약해질 거야 (아버지를 한동안 보지 못했어)' 외 신작 캔버스 회화 다수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아크마노로 나일스(Arcmanoro Niles)의 개인전 'When There's Nothing I Can Do: I Go to My Heart'가 2025년 8월 15일까지 Lehmann Maupin 뉴욕 갤러리(501 West 24th Street)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물, 장소, 사람과의 정서적 관계를 회화로 풀어낸 신작 중심의 전시로, 나일스 특유의 생동감 있는 색채와 감각적 터치가 한층 깊어진 형식으로 구현된다.

아크마노로 나일스, 뉴욕 개인전 'When There's Nothing I Can Do: I Go to My Heart'-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아크마노로 나일스, 뉴욕 개인전 'When There's Nothing I Can Do: I Go to My Heart'-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나일스는 고통이나 무력감 앞에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절망적일 때일수록 사랑하는 이들과의 소통, 그 기억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의 화폭은 단지 시각적 재현을 넘어 정서적 내면을 응시하는 거울로 작동하며, 관람자는 화면 속 인물과 직접 눈을 마주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대표작 중 하나인 '어느 날 내 짖는 소리가 약해질 거야 (아버지를 한동안 보지 못했어)'에서는 체커 게임을 두는 노인을 중심으로, 대화를 청취하려 귀에 손을 대는 동작을 통해 부재와 기다림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 액자와 향수를 자극하는 푸른 톤의 실내 배경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기억의 장면을 구성하는 정서적 공간을 제시한다. 나일스는 관객이 인물의 맞은편에 앉은 듯한 구성으로 이야기에 동참하게 만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감정에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이끈다.

아크마노로 나일스-영광의 시절과 황금기 사이 (내가 있었던 곳에서 200마일 떨어진 곳) , 2025-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아크마노로 나일스-영광의 시절과 황금기 사이 (내가 있었던 곳에서 200마일 떨어진 곳) , 2025-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전시 전반에 걸쳐 나일스는 반짝이는 펄 소재와 강렬한 색상 팔레트를 활용하여, 관계와 기억의 층위를 탐구한다. 그의 회화는 이탈리아·네덜란드 바로크 회화, 역사화, 컬러필드 페인팅 등의 전통적 회화 양식을 흡수하면서도, 철저히 동시대적 언어로 재구성된 자전적 내러티브를 펼쳐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초상화’라는 장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다. 평범한 식탁에 앉은 여성, 사과를 먹는 아이, 체커 게임을 즐기는 노인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나일스의 손끝에서는 정서적 깊이를 획득하며 고요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제목 또한 시적 언어로 구성되어, 평범한 장면 속에 감춰진 이야기와 정서를 암시한다.

아크마노로 나일스-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어디로 향해야 할까 (내가 가졌던 모든 희망, 내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5-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27 x 33 1/2인치(68.6 x 85.1cm)-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아크마노로 나일스-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어디로 향해야 할까 (내가 가졌던 모든 희망, 내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5-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 27 x 33 1/2인치(68.6 x 85.1cm)-사진제공 아크마노로 나일스

비평가 세프 로드니는 나일스의 작업을 두고 “관습의 외투 아래에서 관습을 벗어나는 그림”이라 평한 바 있다. 나일스는 이처럼 전통적 회화 형식에 내재된 틀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감정의 언어를 직조하며 동시대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이번 전시는 개인적 기억과 감정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 정서와 보편적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크마노로 나일스는 감각적이고도 사려 깊은 언어로, 우리 각자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현대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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