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 드로잉을 통해 내면 풍경을 직조하는 회화적 여정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온 1987년생 작가 임현정이 오는 8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청담동 아뜰리에 아키에서 개인전 '마음의 아카이브: 태평양을 건너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임 작가가 2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삶의 이주와 감정의 변화를 초월적 풍경으로 구현한 신작 회화 20여 점이 소개된다.
임현정은 손끝의 즉흥성과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직관적 드로잉(Intuitive Drawing)’을 통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풍경을 직조해 왔다. 그녀의 회화는 특정 장소나 시간, 기억을 선형적으로 배열하는 방식이 아닌, 감정과 기억, 상상과 꿈이 유동적으로 얽힌 비선형적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한 화면 안에 병치된 다양한 존재와 이미지들은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관람자가 시선을 옮기며 마음결을 따라 유영할 때, 보이지 않는 연결성과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만의 해석과 경험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심리적 풍경의 유영’이라는 독특한 감상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작가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섬과 바다의 이미지는 고립과 연결, 안정과 유동성을 동시에 내포한 모티프로, 관람자에게 내면의 파편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정서적 장치로 작용한다.
전시 제목 ‘마음의 아카이브’는 작가가 미국 서부에 거주하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던 시간 동안 경험한 문화적 충돌, 감정의 요동, 심리적 파장 등을 하나의 내면적 저장소로 화면에 담아낸 작업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닌, 정체성과 감각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면의 횡단이자 감정의 아카이빙이다.
부제 ‘태평양을 건너며’는 201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Thomas Cole's Journey: Atlantic Crossings' 전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작가가 동서양의 문명과 자연, 문화 사이를 넘나들며 구축한 회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토마스 콜이 고전주의와 신대륙 자연을 결합해 새로운 미국 풍경화를 정립했듯, 임현정 역시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통해 한국적 감성과 세계적 문맥이 교차하는 새로운 풍경 미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자연, 북유럽 회화의 장면, 동양 산수화의 환상적 이상향, 그리고 이방인의 감정이 결합된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마음의 섬들> 연작에서는 서로 다른 감정의 단편들이 물의 흐름처럼 얽혀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이루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내면 풍경을 투영하게 한다.
임현정은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에서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녀는 James Freeman Gallery(런던), Gallery 4Culture(시애틀), Pacific Medical Center(샌프란시스코)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고,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워싱턴 한국문화원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일본 고야산, 영국 다르햄 등지의 레지던시를 거치며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정립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대학교 미술관, OCI 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마음의 아카이브: 태평양을 건너며'는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개인의 기억과 감정, 문화적 배경이 예술이라는 언어로 어떻게 표현되고 공유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임현정은 “내가 그리는 풍경은 실제의 장소라기보다는 마음의 공간이며, 그곳은 언제나 변화하고 확장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회화를 통해 관객 개개인의 내면을 새롭게 성찰하고, 서로 다른 감정의 지형이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아뜰리에 아키(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8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문의는 아뜰리에 아키 공식 채널을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