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7월 9일,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에서 열린 제19회 대한민국서예문인화원로총연합회전 개막행사는 단순한 전시 개막이 아니라, 한국 서예와 문인화의 백년 역사를 되새기는 경건한 예술제였다.
서예와 문인화의 정신을 지켜온 원로 작가 3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축적한 예술적 내공을 유감없이 펼친 이번 전시는 단체전의 형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의례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단연 이흥남 대한민국서예문인화원로총연합회 공동회장의 ‘회원 소개 시간’이었다. 보통의 전시 개막식이 축사와 테이프 커팅 등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이흥남 회장은 이례적으로 모든 축사를 생략하고, 참석한 원로 예술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소개하며 그들의 예술 경력과 인간적 면모를 꼼꼼히 설명했다. 90세를 넘긴 원로 작가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될 때마다 전시장은 숙연한 감동으로 물들었고, 이는 단체가 지닌 역사적 무게와 상징성을 실감케 했다.
단체사진 촬영 후에는 전시장을 돌며 이흥남 회장이 각 작품의 작가와 배경, 기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단순한 행사 진행자를 넘어, 서예·문인화의 산 증인으로서 전통 계승의 사명을 체현한 이 회장의 행보는 전시장 안팎의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며, 한국 서예 문인화의 중추를 이루는 원로 작가들의 정수가 집결되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통된 뿌리를 지닌 서예 예술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하지만 행사 현장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서예 작품의 시장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현실은 원로 예술인들의 자긍심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수천만 원에 거래되던 작품들이 이제는 수백만 원 선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은 서예계가 마주한 위기의 징표이자, 한국 전통예술의 가치 재정립이 시급함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는 과거를 애도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를 위한 다짐의 자리였다. 이흥남 회장을 비롯한 원로 예술인들의 진심 어린 헌신과 자세는 오늘날 서예계 후배들에게 뿌리 깊은 전통의 무게와 자긍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한 획 한 획에 담긴 정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로 피어난 이 전시는 단지 작품의 나열이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통의 맥이다. 한국 서예 문인화의 위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