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정신을 캔버스 위에 새기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청와대 춘추관이 다시 예술의 전당으로 변모했다. 서울 종로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담은 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이 지난 7월 3일 개막해 오는 10일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종로라는 지역이 품어온 정신과 삶, 시대의 궤적을 예술로 형상화한 250여 명 작가의 집단적 예술 행위이다.

-사진 최윤영 기자
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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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이번 형상전은 회화, 조각, 설치, 서예, 공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작품들은 종로라는 장소성과 한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춘추관이라는 장소가 가진 상징성과 만나면서, 작품들은 단순한 미적 오브제를 넘어 공공성과 시대성을 획득한다.

회화 부문에서는 일제강점기 경복궁 철거 저지 운동, 3.1운동, 세운상가 철거와 재생, 인사동 골목의 변천사 등 종로의 시간적 결들을 재구성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화가들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로가 겪어온 시대적 진통과 도시적 풍경의 파편들을 정교하게 직조한다.

-사진 최윤영 기자
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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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조각과 설치작품은 공간 자체와 깊은 대화를 나눈다. 한옥의 기와, 문살, 장지창호를 모티프로 한 설치작품은 춘추관의 내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걷고 머무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전시 입구에 설치된 **‘시간의 층위’**라는 제목의 입체 설치는, 전통 한지와 LED 빛의 결합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간적 통로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종로라는 특정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예술적 주제는 보편적이다. 도시와 인간, 역사와 기억, 장소와 정체성이라는 화두는 서울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적인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종로를 그리는 것은 곧 한국을 묻는 행위이며, 작가들은 그 물음에 고유의 형상 언어로 응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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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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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전시에는 청년 작가와 중견, 원로 작가가 세대를 아우르며 참여해 세대 간 미학적 대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디지털 콜라주, AR(증강현실) 요소를 활용한 신세대 작가의 작품은 전통 매체 위주의 전시 구성 속에서도 독창적 발화점을 만들어낸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된 형상전은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도시의 기억을 그리는 전시’로 진화해왔다. 관람객은 전시장 곳곳에서 세운동, 창신동, 삼청동, 종묘, 창덕궁에 이르기까지 종로의 지리적 흔적과 역사적 서사가 새겨진 예술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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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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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특히 몇몇 작품은 실제 주민들과의 인터뷰, 과거 사진을 바탕으로 재현한 풍경을 담고 있어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민중미술적 뿌리까지 환기시킨다. 전시는 관람의 차원을 넘어, 한 도시의 삶과 기억, 공동체의 정신을 성찰하는 공간으로 자리잡는다.

예술은 기록의 다른 이름이다. 이번 형상전은 종로라는 이름 아래, ‘기억과 장소의 미학’을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그 물음은 곧, 우리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를 성찰하게 하는 묵직한 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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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사진 최윤영 기자 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사진 최윤영 기자 제25회 종로문화역사 형상전 전시작품 리뷰-사진 최윤영 기자
-사진 최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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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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