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5년 7월 3일 오전 11시
장소: 아트코리아랩 6층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미술, 대화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아트코리아방송이 주관하는 평론가 토크쇼가 5회를 맞아, 이번에는 김노암 미술평론가를 초청해 ‘세계 담론 속 한국미술’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담을 펼쳤다. 이날 진행은 아트코리아방송 이승근 관장이 맡아 담론의 방향을 이끌었다.
이승근 관장은 개회 인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김노암 평론가님을 모시고 한국미술의 국제화, 교육, 담론의 구조 문제 등 우리 미술계가 마주한 핵심 쟁점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K-브랜드, 미술대학과의 연계, 그리고 중심 담론의 형성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한국미술이 세계 속에서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점검하고자 합니다. 김 평론가님의 날카롭고 깊은 통찰을 기대합니다.”
이에 김노암 평론가는 “한국은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다양한 문화와 가치들이 빠르게 얽혀왔다. 하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화는 미성숙한 편이다. 예술담론 이전에 먼저 서로를 인내하며 듣는 ‘대화’의 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K-ART, 유용하지만 협소한 외부적 프레임
첫 번째 질문은 이승근 관장이 던졌다.
“K-ART라는 브랜드가 과연 우리를 세계 속에 드러내는 유효한 언어인가, 아니면 오히려 한국미술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프레임인가?”
이에 김 평론가는 “K-ART는 콘텐츠 산업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한 용어이며, 본질적으로는 산업적 개념이다. 예술적, 미학적 가치를 규정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우리를 규정한 이름”이라며, “내부 담론이 부재한 상태에서 외부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므로, 우리가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K-ART가 한국성 담론의 연장선에 있으며, 해방 이후 미술계가 고뇌해온 ‘한국적 미학’의 문제와도 닿아있다”고 강조하며, 문화 콘텐츠의 성공 사례로 BTS의 한복 착용을 예로 들었다.
“한국미술, 중심 담론으로 나아가야”
이승근 관장은 이어 “한국미술이 중심 담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기반이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김 평론가는 “정부의 문화 정책이나 공적 지원에서조차 미술은 소외돼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문화예술인들과의 만남을 가졌지만, 미술인은 초청되지 않았다. 이는 미술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주변화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학, 영화, 음악과 달리 미술은 문체부의 고위급 파트너로도 잘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술이 ‘문화의 꽃’이라면, 우리는 그 꽃에 정당한 물과 거름을 주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책적, 사회적 관심의 전환을 촉구했다.
미술대학과 현장 미술계, 여전히 단절된 채
이승근 관장은 이어 “미술대학이 과연 현장과 얼마나 긴밀히 연계돼 있는가?”를 질문했다.
김 평론가는 “예술 교육은 다른 학문과는 다른 특수성을 지니며, 미술 분야는 특히 개인 창작의 특성이 강한 영역”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술은 천재를 추앙하지 않고 대가를 기억하는 문화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평균적인 교육제도로 포착할 수 없는 창의적 특성이 있죠. 지금은 AI 시대를 맞아 교육 전체가 재구성되어야 하며, 미술교육도 이 대전환기에 함께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민간 창작스튜디오나 대안 공간, 해외 교류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을 보완하고 있지만, 교육 제도의 혁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안공간의 역할,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져야
김노암 평론가는 마지막으로, 대안공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최근 문을 닫은 아르코 인사미술공간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기획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 대안공간 운동의 씨앗이 성공적으로 뿌려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1999년 새천년과 함께 시작된 대안공간들은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고, 지금은 그 정신이 다양한 형식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과 기획자들이 세계와의 교류를 확장하고 있는 지금, 이 흐름은 계속돼야 합니다.”
맺으며
이승근 관장은 “오늘 토크쇼는 단순한 평론의 자리를 넘어, 담론의 장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하며, “지속 가능한 대화, 그리고 문화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제5회 토크쇼는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과 구조적 과제, 교육과 산업의 연계, 대안공간의 진화까지 다양한 층위를 짚어내며 한국미술이 나아갈 방향성을 진지하게 제시한 자리였다.
※ 제2부에서는 ‘한국미술의 국제 경쟁력과 시스템’, ‘비평의 역할과 언론의 책임’, ‘차세대 미술인 육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