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Measor 개인전 '기술 시대, 인간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부산의 현대미술 공간 Easelly에서는 2025년 7월 15일부터 8월 23일까지 미국 출신 작가 크리스 미저(Chris Measor)의 개인전 'Essentia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s)'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가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노동'이 갖는 본질적 가치를 조명한다.

전시 제목 'Essential'은 단지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간병인, 청소노동자, 배달원 등 우리 곁에 늘 있었지만 자주 잊히곤 했던 이들의 삶과 의미를 상기시킨다.

크리스 미저(Chris Measor) 개인전 'Essential', 부산 Easelly에서 개최
크리스 미저(Chris Measor) 개인전 'Essential', 부산 Easelly에서 개최

 

작가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의 '호운톨로지(hauntology)'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사라진 혹은 사라질 위기의 노동 중심 사회에 대한 향수와 동시에 인공지능 및 딥러닝 기술이 몰고 올 미래에 대한 경계심을 함께 담아냈다. 인간 노동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대 속에서도, 그는 되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필수'라고 부를 수 있는가?"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들이 주목된다. 이들은 인간의 사회 구조와 역할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계층과 위계, 관계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각 캐릭터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지나쳐온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저는 이 전시를 통해 관람자에게 조용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람의 손, 사람의 이야기, 사람의 노동이 여전히 사회의 근간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다.

전시를 주최한 Easelly는 “이번 전시는 미술이 사회와 기술을 성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Chris Measor의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 인식, 그리고 다가올 기술 사회 속 인간의 자리를 사유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시의적절한 물음 중 하나에 응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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