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 교수의 '지구를 사유하는 인간, 기술로 구현된 감성'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 위치한 무늬와공간 갤러리에서는 2025년 7월 3일부터 25일까지 지리학자이자 시각예술가인 박종관 명예교수의 초대전 'ART GEOGRAPHY WITH AI'가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지리학(Art Geography)’이라는 독창적 개념과 인공지능(AI)의 융합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이 교차하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박종관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는 지리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지리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해 온 선구자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지형학회 온라인부설 한국지형학교 교장으로도 활동하며, 과학적 탐구와 예술적 상상력의 융합을 지속해오고 있다.
“AI에게 지구를 사유하게 하다”-“AI는 더 이상 단순한 툴이 아닙니다. 조력자이며, 창작 파트너입니다.”
박 교수는 7월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AI와의 협업으로 창작된 26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기계가 아닌 ‘현장 감각을 지닌 지리학자’로서의 감성을 AI에 투영하고자 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지구의 경이로움이다. 북아일랜드의 ‘자이언트 코즈웨이’부터 호주 케언즈의 대보초, 중국의 황무지와 한국의 갯벌에 이르기까지, 박 교수는 40여 년간 현장을 누빈 감동을 AI를 통해 시각화했다.
두 번째 주제는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석회암 지대이다. 고흐, 세잔,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그 지역을 지리학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이 연작에서는 석회암의 질감, 보랏빛 라벤더 필드, 평탄한 고원의 풍경이 AI 명령어를 통해 구현되었다.
세 번째는 지구의 미래다. 박 교수는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며, 빙하가 녹는 장면과 황폐화된 대지, 그리고 미래 인류의 삶을 AI와 함께 그려냈다.
“기계의 언어에 인간의 온기를 입히다”-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단순히 명령어의 산물이 아니다. 박 교수는 작품마다 텍스처와 질감, 회화적 감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차례 명령어를 수정하고, 때로는 수일간의 시도를 반복했다. 그는 말한다.
“AI가 감동을 느끼지는 않죠. 하지만 그 감동을 설명하고 끌어내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AI에게도 인간의 온기를 입히고자 했습니다.”
그는 각 작품에 작가의 해설과 제작 의도를 반드시 함께 담았다. 이는 AI 예술의 저작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박 교수는 작품의 해설 능력이 곧 ‘AI 창작물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대화의 장
전시 기간 중인 7월 12일(토)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AI 작업의 철학과 과정, 그리고 지리학적 사유가 예술로 확장되는 여정을 관람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이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대, 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미래의 예술, K-AI를 향하여 이번 전시는 단지 시각 예술의 실험이 아니다. 박 교수는 향후 ‘한국 AI 작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예술·지리·기술 분야 간의 협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AI와의 협업은 예술의 미래입니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사유의 확장입니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창작 방식이 대한민국 예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RT GEOGRAPHY WITH AI'는 예술과 과학, 감성과 기술,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탐색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사유하는 박 교수의 지리학적 통찰은 AI라는 매개를 통해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여정의 기록이 바로, 이번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