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덕의 '훔쳐보기에 관한 작은 풍경과 스냅사진' |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흥덕 그림의 이번 전시는 드로잉이다.
이 모두가 회화작품을 위한 드로잉이다. 기본적으로 훔쳐보기란 것은 허락되지 않은 은밀한 시점에서 숨겨진 것을 들춰보려는 욕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 드로잉들은 인간의 숨겨진 본능을 구체적으로 반영한다. 

이흥덕_비치 카페-2_종이에 드로잉_2025-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이흥덕_비치 카페-2_종이에 드로잉_2025-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무엇보다 이흥덕이 화제로 삼고 있는 훔쳐보기 즉 관음증이라 불리는 몰래 엿보기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화가에게 있어 그것은 욕망의 드러냄에 다름 아니다 .

이흥덕이 펼치고 있는 그 훔쳐보기와 드로잉의 주요무대는 몇 가지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가 오래 전에 시작했던 도시와 거리 그리고 카페나 해변의 공간에로 다시 야외나 실내로 그는 시선을 이동해 왔다.   

그녀의 적당하게 헝클어진 블라우스 틈 사이로 농염한 포우즈와 함께 속살이 훤히 드러난다. 그 뒤로 이 장면을 훔쳐보는 세명의 사내가 보인다 . 언덕 아래에 호기심 어린 이 남자들은 이흥덕 회화에 있어 훔쳐보기의 남자들의 집단성을 대변한다. 

이흥덕_탄생_종이에 드로잉, 에스키스_2024-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이흥덕_탄생_종이에 드로잉, 에스키스_2024-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출 된 듯한 오른쪽 다리 사이로 보이는 처녀의 은밀한 부분을 개가 혀를 쭉 빼물고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서 개는 대체된 혹은 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이런 의인화는 그의 그림에 표현의 세계를 보다 확장 시켜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런 풍경 외에도 그는 빨간 코를 가진 대머리의 사내가 엎드린 소녀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책 읽는 소녀또는 “매춘”과 “사랑” 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환락적인 이상향의 세계를신데렐라를 통하여 혹은 주변의 인물들을 비려서 요즈음 흔해지고 있는 은유적인 훔쳐보기의 다양한 풍속도와 에로틱한 감정을 유감없이 노출시킨다. 

이흥덕_지하철 퍼레이드_종이에 에스키스_2013_부분-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이흥덕_지하철 퍼레이드_종이에 에스키스_2013_부분-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그의 최근의 화풍은 화면의 분위기와 플롯에서 우리는 발튀스적인 모습의 일면을 본다. 그러나 발튀스의 회화언어에 비하여 그는 지나치게 단순한 장면들을 서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그에게  요구할 수 있을 권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는 긴장감도, 흥미도, 유우머도 신화도 철학도 끼여들고 있지 않음을 어떻게 보아야 할것인가. 오히려 지나치리 만큼 단순한 훔쳐보기의 차원에 머물고 있는것은 아닌가 . 그림이란 어차피 하이데거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타인에게 말 걸기가 아닌가.

이흥덕 화가-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이흥덕 화가-사진제공 김종근 교수

그렇다면 이흥덕의 드로잉은 독특한 그의 언어가 되살아나는 긴장감 있는 중요한 그리기의 기본적인 패턴이고 어법이다. 예를 들면 자유롭게 펼쳐지는 거침없는 언어와 그의 세계를 풍부하게 하는 다양한 무대장치 , 의미를 열어두는 상상력과 상징적이고 메세지가 살아있는 언어 같은 것들이다. 그의 드로잉이 중요하고 현재회화의 세계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이흥덕의 드로잉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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