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선 작가 '산들소리 나눔 갤러리 블루 개관 기념 초대전 / 2025.6.22~8.28'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양화가 주명선이 ‘Naissance(탄생)’이라는 주제로 개관 초대전을 열며, 한국 미술계에 독특하고 실험적인 ‘암염화’(巖鹽畵)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남양주에 새롭게 문을 연 ‘산들소리 나눔 갤러리 블루’의 개관전으로, 단순한 초대전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자생하는 예술(Self-evolving Art)’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시각화한 동시대 예술의 생명적 도전을 보여준다.
주명선 작가의 암염화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회화다. 그는 암염이라는 독특한 자연 재료를 사용해, 그 물질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과정을 캔버스 위에 기록한다. 작가의 손길이 닿은 암염은 마치 씨앗처럼 생명을 틔우며 소금꽃으로 피어난다. 이 유기적인 변화는 작가의 의도와 자연의 흐름이 충돌과 조화를 이루며, 예술적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매체로 확장된다.
작품 속 암염은 바다의 기억이 고체화된 물질이다. 수천 년의 압축된 시간이 녹아 있는 암염은, 단순한 조형 재료를 넘어선 생명과 시간, 존재의 은유로 기능한다. 주명선은 이 물질을 통해 "잊힌 고요 속에서 상처를 다독이고, 존재의 의미를 회복하는 치유의 언어"를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된 작품 다수는 암염 위에 크리스탈화된 빛의 입자들을 입혀 생명과 광휘의 은유를 동시에 안긴다.
주명선 작가의 창작 동기는 20여 년 전 바닷가에서 만난 ‘빛을 머금은 물거품’에서 물거품의 신비, ‘빛 안의 생명’처럼 시작되었다. 그는 일렁이는 파도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물거품이 일시적으로 존재하다 사라지는 순간에서 심오한 아름다움과 생명의 단면을 발견했다. 이후 이 인상을 추상화 작업으로 확장하며, 암염과 물거품의 환상적 조화를 회화로 담아내는 데 집중해왔다.
작품 속 물방울은 물리적 형상에 그치지 않는다. 암염에 스며든 물과 수분은 곧 생명체처럼 스스로 자라며 크고 작은 크리스탈을 형성하고, 그 변화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의 물방울"이라며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순결한 생명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스스로 자생하는 예술’이라는 주명선의 작업 개념은 단순한 조형 실험이 아니다. 이는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이자, 인간의 상처와 회복, 생명과 소멸을 아우르는 치유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동안 그는 작업에 몰두하며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서적 에너지를 담아냈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관객을 위한 ‘축복의 기도’를 드리며, 감정의 기복이 심한 날에는 붓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정신성과 진정성을 우선했다.
암염화 작업은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한 ‘치유 미술’과도 연결된다. 자연 소재와 안정된 컬러 조합, 물질의 유기적인 변화 등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감정적인 안정과 몰입을 이끈다. 주제 또한 ‘친구처럼, 위로처럼’ 다가오는 서정적 주제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관객과의 정서적 소통을 유도한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예술적 귀환
주명선은 파리8대학에서 미학, 예술철학, 미술사를 전공하고 예술학 박사과정(과학과 테크놀로지 융복합 예술)을 수료한 뒤, 프랑스 현지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K-아트를 유럽에 소개해왔다. 20년 가까운 유럽 활동을 마친 그는 2024년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암염화 작업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귀국 후 첫 개인전 이후, 서울 여의도 ART Salon de H에서 'Vie 생명' 전시를 이어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암염을 자유롭게 자라게 하거나 멈추게 하거나, 심지어 가둘 수 있는 방식까지 개발한 그는 이제 ‘암염을 식물처럼 다루는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암염화는 ‘생명력을 품은 회화’이며, ‘소멸 속에서도 흔적으로 남아 살아있는 예술’이다.
주명선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신작을 선보이는 기획전이 아니고 ‘Naissance(탄생)’을 통해 열리는 새로운 회화의 장르이다. 이 전시는 전통적인 평면 회화의 개념을 해체하고, 자연과 시간, 물질과 감정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동시대 회화의 실험장이자 ‘탄생’의 선언이다. 산들소리 나눔 갤러리 블루의 개관전으로서, 미술관의 시작과 자생하는 예술의 출발점을 함께 알리는 이 전시는 앞으로의 한국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중요한 좌표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