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평론가, 한국미술의 현주소와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다
아트코리아방송 제4회 평론가 토크쇼-2025년 6월 20일, 아트코리아랩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미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간 아트코리아방송 제4회 평론가 토크쇼가 2025년 6월 20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 6층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토크쇼는 미술평론가 김종근을 초청하여 이승근 아트코리아 미술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한국미술계의 구조적 문제, 작가정신, 국제화 전략 등에 대해 심층 대담이 이뤄졌다.
이승근 관장은 “비판만이 목적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을 통해 한국미술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토크쇼를 기획했다”며, 김종근 평론가의 참여에 깊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지금 한국에 진짜 프로작가는 없다”
김종근 평론가는 토크쇼 초반부터 "작가가 자기만의 조형 언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그것이 진짜 프로작가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작가들은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조형 언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함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이런 태도 차이가 세계무대에서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창열, 이우환, 김구림 등 오랜 시간 한 조형 언어를 끈기 있게 밀고 나간 작가들의 예를 들어 “작가의 브랜드는 철학에서 비롯되며, 이는 결국 작품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미협, 구조적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이날 대담에서는 한국미술협회(미협)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김 평론가는 “많은 작가들이 현재 미협의 운영 구조나 활동 방식에 실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신뢰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대화 사례를 언급하며 “공모전 중심의 운영 구조, 예산 지원의 불투명성, 조직의 정체성 등 여러 문제들이 제기돼 왔지만, 이제는 이를 개혁적 시선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승근 관장 역시 “이러한 문제 제기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미술계 전반이 보다 건강한 구조로 전환되길 바라는 토대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협이 예술가와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해법을 모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가라면, 자기 세계를 밀고 나가야 한다”
대담의 핵심은 ‘작가정신’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김 평론가는 “세계적 작가들은 어떤 흐름이든 자기 작업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며, “지금 한국 작가들에게 가장 부족한 건 작품에 대한 철학, 그리고 일관성”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작가가 유행에 따라 표현방식을 바꾸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리는 건 가장 위험한 일”이라며, 클로드 모네, 김환기, 김창열, 이강소 등 예를 들어 "하나의 세계를 평생 밀고 나가는 작가정신이야말로 세계미술에서 작가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한국성을 현대화하는 법”
한국성에 대한 해석도 이날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김 평론가는 “한국성은 단순히 전통 양식을 반복하거나 수묵화 기법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문화적 경험이 내면화된 방식으로 조형 언어로 구현되는 것”이라며, "서도호의 집 개념, 이세현의 붉은 산수, 이재삼의 먹 작업은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좋은 예"라고 언급했다.
이승근 관장은 “작가가 자기 안에 내재된 한국성, 즉 문화적 DNA를 어떻게 오늘의 언어로 전환해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한국성은 결국 ‘자기화된 컨셉’으로 구현될 때 진정한 국제적 소통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미술계, 구조적 상상력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종근 평론가는 끝으로 “한국미술의 성장은 작가 개개인의 탁월한 역량 덕분이지, 제도적 기반이나 정책의 뒷받침 때문은 아니었다”며, “이제는 화랑계, 미술협회, 아트페어 시스템 전반에서 미술생태계를 튼튼히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가도, 갤러리도, 컬렉터도 모두 예술의 본질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하며, 지금은 '속도보다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사 제목 제안:
“브랜드 없는 작가는 살아남지 못한다: 김종근의 작가정신론”
“팔리는 그림보다 남는 예술: 한국 작가들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철학”
“한국성은 방식이 아니라 태도다: 김종근 평론가의 날카로운 진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