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 기억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마주한 단색화의 미학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이 오는 6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의 문화예술 복합공간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개인전 'Light Into Color'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샤토 라 코스트와 국제갤러리(서울), 티나킴갤러리(뉴욕)가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프랑스 남부에서 선보이는 하종현의 첫 개인전이자, 대표 연작 〈접합〉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화 18점을 공개한다.
전시가 열리는 샤토 라 코스트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자 현대미술과 건축의 융합 공간으로, 약 61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에 안도 다다오, 장 누벨, 프랭크 게리, 이우환 등 세계적 예술가와 건축가의 작품이 공존하는 명소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렌조 피아노 파빌리온(Renzo Piano Pavilion)’에서 개최되어 더욱 특별한 공간성과 예술적 깊이를 기대하게 한다.
렌조 피아노 파빌리온은 지형을 따라 계곡 형태로 조성된 건축물로, 지면 아래에 자연스럽게 침잠하듯 자리 잡고 있다. 파빌리온 내부에는 외부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리 창이 설치되어, 전시작이 인공조명 없이 자연광 아래 드러나는 구조다. 이 공간은 과거 박서보(2021–2022), 강명희(2024–2025) 등 한국 작가들이 개인전을 연 바 있어, 하종현의 이번 전시 역시 한국 현대미술의 연속성을 잇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동한다.
하종현은 반세기 이상 회화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실험해온 작가다. 특히 그만의 독창적 방법론인 ‘배압법(背押法)’-마대천의 뒷면에 물감을 바른 후, 전면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통해 전후 한국사회의 흔적을 담아낸 물성과 사유를 동시에 구현해왔다. 그의 대표 연작 〈접합〉은 평면의 회화에 공간성과 시간성을 부여하며, 한국 단색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그 조형성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킨 작업이다.
이번 'Light Into Color' 전시는 전통과 동시대성, 평면과 입체,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을 허무는 회화적 태도를 기반으로, 빛을 매개로 색의 공간화를 탐색한다. 단색부터 다채로운 컬러로 확장된 〈접합〉 시리즈는, 프랑스 남부의 빛과 공기 속에서 새롭게 읽힌다.
샤토 라 코스트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엑상 프로방스 출신의 폴 세잔의 유산과 하종현의 회화적 사유가 교차하며, 시간과 감각, 공간이 조우하는 명상적 순간을 관객에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종현은 “남프랑스의 빛과 공기는 단지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예술적 감각을 일깨우는 본질적 힘”이라며, “〈접합〉 작업은 서로 다른 재료와 시간, 기억의 층위를 연결하며, 나의 회화가 샤토 라 코스트의 공기와 울림 속에서 새로운 호흡으로 존재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가 소개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하종현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후, 같은 대학 학장 및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상하이 등지에서 수십 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제4·7회 파리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프라하 비엔날레 등에도 참여하며 국제적 입지를 굳혀온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단색화와 한국적 아방가르드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