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6월 30일까지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1층 아트갤러리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독일 바덴바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화가 김소진의 개인전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A very special ordinary day)'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쳤던 ‘감각의 순간’을 회화로 재조명하는 기획이다. 박찬대 의원실의 추천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는, 제도권 정치의 중심에 예술의 감성적 목소리를 불어넣는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생일날 2023, 50×60cm 캔버스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생일날 2023, 50×60cm 캔버스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김소진 작가의 작업은 ‘음식’을 매개로 감각의 총체적 경험을 그린다. 그녀의 회화에는 초콜릿, 계란프라이, 생일 케이크 등 일상의 소재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정물화를 넘어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은 시각적 유희뿐 아니라 기억과 정서를 건드리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는 세 명의 인물이 동시에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장면이다. 닮은 듯한 얼굴을 지닌 이 인물들은 작가의 자전적 기억 속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한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전달한다. 관람자는 그 장면 속 ‘세 살 생일’이라는 아주 특별한 평범한 하루에 이입하게 되며, 각자의 유년과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하트케익, 2024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하트케익, 2024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김소진은 10여 년 넘게 ‘음식과 인간의 감각’을 주제로 삼아왔다. 그는 “음식은 한국인에게 안부이자 정서이며, 문화”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은 오감의 향연을 캔버스 위에 펼쳐낸다. 시각은 물론 청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는 구성이며, 심지어 향까지 상상하게 하는 색채 사용은 독일 미술계에서도 높이 평가되어 2022년 바덴바덴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상함-2024,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무상함-2024,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작품 속 금빛 놋그릇에 담긴 음식은 그 자체로 명상의 장치가 된다. 이 놋그릇에는 물리적 사물이 아닌 기억과 풍경이 담겨 있다. 독일 테겔 호수의 겨울, 검은 숲 자전거 길의 초여름, 알프스 설원에서의 한 장면들이 음식과 겹쳐지며, 시공간을 유영하는 서사적 회화가 완성된다.

놋그릇-Wallberg  2025, 24×30cm 나무판에 유화 -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놋그릇-Wallberg  2025, 24×30cm 나무판에 유화 -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서양화를 전공한 김소진은 2001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교에서 디플롬과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베를린, 바젤, 마요르카, 니용스, 몬테라테로네 등 유럽 각지를 거쳐 2013년부터는 독일 바덴바덴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녹그릇 -길  2025,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녹그릇 -길  2025,  24×30cm 나무판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그녀의 삶은 늘 ‘두 고향’ 사이에 존재했다. 한국의 정서와 유럽의 철학이 공존하는 그녀의 화풍은 양쪽 문화의 경계선에서 다져진 감수성의 결과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이 경계마저도 허문다. 현실과 환상, 기억과 지금, 동양의 정서와 서양의 조형 언어가 어우러진 회화는 일종의 '회화적 양국 간 대화'이자, ‘예술 이민자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 2025 100×100cm 캔버스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 2025 100×100cm 캔버스에 유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교육자이자 작가로서의 정체성
김소진은 현재 바덴바덴의 Klosterschule vom Heiligen Grab 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이다. 교육자로서의 삶은 그녀의 예술 세계와 다르지 않다. 그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기술보다 ‘감상하는 법’을 가르치며, “작품을 보는 감각의 깊이”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 전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방학을 조정하고, 누락될 수업을 미리 채우는 모습에서 작가로서, 교사로서의 진중함이 엿보인다.

김소진 개인전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국회의사당 속에 스며든 감각의 회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김소진 개인전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국회의사당 속에 스며든 감각의 회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오는 7월 말, 그녀는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는 스케이트보드 아트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그 어떤 제한도 없는 창작의 장에서 김소진은 다시 한 번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을 일궈낼 것이다.

포스터-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포스터-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마무리하며
김소진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해외 거주 작가의 귀환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정서, 감각과 시선의 재구성이다. 작가는 “나의 작품을 통해 한국에 새로운 고향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 아트갤러리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마주한 그녀의 작업은 예술이 정치와 제도를 초월해, 공감과 치유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김소진의 회화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평범한 하루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김소진 개인전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국회의사당 속에 스며든 감각의 회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김소진 개인전 '아주 특별한 평범한 날'-국회의사당 속에 스며든 감각의 회화-사진제공 김소진 작가
김소진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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