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감각 사이의 틈, 낯익고 낯선 풍경을 마주하다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갤러리 진선에서는 2025년 6월 21일부터 7월 14일까지, 네 명의 작가가 ‘자연’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각자의 감각과 언어로 해석한 전시 '낯익음, 낯설음'(Unfamiliar, Familiarity)을 개최한다. 참여 작가는 정석우, 진형주, 최영빈, 그리고 영국 출신의 Thomson RH(로버트 H. 톰슨)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자연에 대한 감각과 기억,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태도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사유의 장이다. 풀 내음, 바람 소리, 빛의 변화와 같은 일상 속 감각을 출발점 삼아, 각기 다른 매체와 철학을 지닌 네 명의 작가는 자연이라는 범주 안에서 낯익고도 낯선 풍경을 조명한다.
정석우는 시간과 물성의 축적을 화폭 위에 응축시킨다. 반복된 연마와 덧칠, 벗겨짐의 흔적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감정과 서사가 깃든 감각적 풍경을 형성한다. 대상은 사라졌지만, 잔향처럼 남은 공기와 시간의 밀도가 관람자에게 감각의 울림을 전한다.
진형주의 작업은 기억을 따라 회화로 떠나는 여정이다. 구체적 사물보다는 색과 터치로 풀어낸 그의 추상 풍경은 마치 몸에 새겨진 감각의 흔적처럼 다가온다. 미리 정해진 색과 형식을 거부한 채, 즉흥적 흐름을 따르는 그의 화면은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정서적 장소로 탈바꿈한다.
최영빈은 자연을 관찰하는 자아와 그 속에 스며드는 감각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반복과 저항의 제스처, 밀고 번지는 물감의 덩어리 안에는 자아를 밀어붙이는 치열한 흔적이 녹아있다. 자연과의 일치를 지향하면서도 끝내 그 경계에 머무는 그녀의 작업은 ‘완성된 이미지’가 아닌, 감각과 행위로서 존재하는 회화다.
Thomson RH(로버트 톰슨)는 빛과 감정, 존재의 본질을 화두로 삼는다. 음악과 회화를 넘나드는 그는, 특히 자연 속 ‘빛’의 속성에 집중하며, 여백과 침묵의 가치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절제된 화면 속에서 감정의 어두운 면마저 포용하는 그의 회화는, 고요한 응시의 공간을 관람자에게 선사한다.
'낯익음, 낯설음'展은 단순히 자연을 다룬 전시가 아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 감각과 기억, 존재와 행위 사이의 ‘틈’을 비추며,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시금 낯선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다. 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연’이라는 단어에 내재된 정서와 사유의 깊이를 새롭게 체험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