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품은 사진, 보이지 않는 생명 에너지를 시각화하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갤러리 나우에서는 오는 7월 2일부터 26일까지 사진작가 이정록의 개인전 'Private Light'가 열린다. 이정록은 “빛이 없는 밤, 오직 나만의 빛으로 세계를 그려나가는 사진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형상의 빛’을 넘어, 생명체의 향기와 기운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시각화한 새로운 시도의 장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식물의 ‘향기’를 주제로 한다. 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감각이다. 이정록은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이하며 후각 감각이 예민해지는 체험을 바탕으로, 꽃뿐 아니라 잎과 공기에서 느껴지는 식물의 냄새를 시각적으로 번역해냈다. 이는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닌, 식물이 발산하는 생명력의 ‘언어’를 색과 빛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이정록의 작업은 그 시작부터가 비일상적이다. 빛이 없는 밤, 수시간의 장노출을 견디며 오직 자신의 ‘사적인 빛(Private Light)’으로 피사체를 비춘다. 장기간의 로케이션 헌팅과 수차례의 촬영 테스트를 거친 뒤, 자연의 어둠 속에서 직접 광원을 조작해 장면을 만들어낸다. 플래시와 지속광, 아날로그 대형 카메라를 병행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그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의 빠른 이미지 소비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느리고 묵직한 시선이다.
그의 사진을 소장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저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라, 작품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끌린다.”
“공간에 햇빛이 들어온 듯한 생명력이 감돈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감정이 달라진다.”
이처럼 이정록의 사진은 단순한 ‘보기’를 넘어 감정과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바로 ‘향기의 시각화’다. 작가는 식물이 방출하는 화학적 향기를 생명의 메시지로 읽는다. 식물은 냄새를 통해 서로와 소통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이정록은 이 향기의 언어를 감각적으로 해석하며, 자연 속에서 느낀 생명의 떨림을 사진 위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식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 생명력에 매번 매혹된다. 그들의 향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나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처럼, 존재가 감지되고 인식될 때 비로소 형상화된다는 철학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정록에게 사진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호출하는 의식에 가깝다.
'Private Light'는 단지 ‘어두운 밤을 밝히는 사진’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들리지 않는 것을 느끼기 위해, 눈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는 태도 그 자체다. 향기와 생명력을 사진으로 번역하는 이정록의 실험은, 시각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오감을 깨우는 예술적 경험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