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은 회화의 본질인가, 잉여인가-하이트컬렉션의 질문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빌딩 내 하이트컬렉션이 2025년 상반기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2025.5.29 – 7.26)은 동시대 회화의 감각과 사유를 새롭게 되묻는 의미심장한 실험이다. 전시에 참여한 11인의 작가(고등어, 곤도 유카코, 써니킴, 박광수, 박종호, 안지산, 양유연, 이동혁, 이재석, 임노식, 정수진)는 형상이라는 고전적 회화 개념을 각기 다른 감각적, 심리적, 구조적 접근으로 재구성하며 오늘의 회화에 던지는 질문을 모아낸다.

하이트컬렉션 상반기 기획전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사진제공 하이트 컬렉션
하이트컬렉션 상반기 기획전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사진제공 하이트 컬렉션

 

형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형상은 여전히 회화의 중심 언어가 될 수 있는가. 이번 전시는 이 물음에 회화적 형상을 단지 인물이나 사물의 외관 재현으로 한정짓지 않고, 감각을 생성하는 조건이자 심리와 신체, 언어 사이의 긴장을 발생시키는 사건으로 해석한다.

각 작가들은 형상을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동적 이미지로 다룬다. 어떤 이들은 기억의 파편에서 비롯된 형상을 통해 개인의 불안을 시각화하고, 또 어떤 이는 형상을 정신분석적 반복 혹은 내면의 구조적 기호로 전개한다. 이처럼 형상은 이들에게 외형의 표상이 아니라 회화적 감각의 리듬과 구조를 움직이는 ‘규칙’ 그 자체로 작동한다.

전시 제목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은 바로 이러한 작가적 인식을 대변한다. 형상은 구상의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고, 추상적 선과 면에서도, 촉각적 질감과 무의식의 흔적 속에서도 출현한다. 이는 곧 회화가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의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형상은 그러한 회화적 경험을 매개하는 근본적 구조라는 선언이다.

하이트컬렉션 상반기 기획전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사진제공 하이트 컬렉션
하이트컬렉션 상반기 기획전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사진제공 하이트 컬렉션

 

기획 측은 “이번 전시는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주목한다”며, 형상이란 정지된 재현물이 아니라 감각의 장場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시각적 사건임을 강조한다. 관람자는 개별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구성되는 시각적 리듬과 심리적 동요의 흐름 속에 머물게 된다.

하이트컬렉션은 매년 동시대 회화의 실험적 흐름을 조명하는 기획전을 선보여 왔으며,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회화에 대한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특히 동시대 미술에서 형상에 대한 이해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는, 단순한 양식의 전시를 넘어선 하나의 담론적 장치로 기능한다.

전시 기간은 7월 26일까지이며, 전시는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빌딩 지하 1층과 2층에 위치한 하이트컬렉션에서 관람 가능하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