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작가 '바느질과 묵의 중첩, 그 위에 새겨진 시간의 미감'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한국 규방문화의 미학과 수묵화의 절제된 미감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천 위의 수행’을 이어온 중견 작가 이지수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 주최하는 2025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중견작가 부문에 선정되어 개인전 '바늘 끝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Traces of Time lmbued in the Tip of a Needle)'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6월 11일부터 6월 22일까지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지수06_시간의축적-flow2_63x52,63x52_천,먹,바느질_2025-사진제공 KCDF갤러리
이지수06_시간의축적-flow2_63x52,63x52_천,먹,바느질_2025-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3, 시간의 축적1-4-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3, 시간의 축적1-4-사진제공 KCDF갤러리

 

이지수 작가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지혜가 담긴 조각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단순한 직물 작업을 넘어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확장시켜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의 축적’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전통 꼬집기 바느질과 먹 조각보 기법을 활용한 신작을 포함해, 섬유 위에 새겨진 정제된 행위의 예술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전통 조각보의 화려한 색채를 배제하고, 먹과 붓, 천이라는 제한된 재료 안에서 농담의 변화, 주름의 깊이, 번짐과 베임의 조형미를 탐구한다. 바느질은 반복의 수행이고, 먹칠은 즉흥의 흔적이다. 이 두 매체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작가는 섬유라는 평면에 입체적 깊이와 시간성을 부여한다.

2023, 시간의 축적3-1-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3, 시간의 축적3-1-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5, flow1-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5, flow1-사진제공 KCDF갤러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조각보 형식을 빌린 평면 작품뿐 아니라, 먹 조각보를 활용한 인물화 시리즈까지 확장된다. 특히 바느질의 규칙성과 붓의 자유로움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면들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시간과 기억, 삶과 정서를 직조하는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구현된다.

전시를 기획한 공예진흥본부 전주희 본부장은 “이지수 작가는 평면의 천에 반복되는 바느질과 묵의 농담을 더해 물질의 질감을 뛰어넘는 정신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공예의 예술적 가치와 삶에 대한 작가적 성찰을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다”고 평했다.

2025, 기억의 단상-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5, 기억의 단상-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5, 비상-사진제공 KCDF갤러리
2025, 비상-사진제공 KCDF갤러리

 

이지수 작가는 1994년 경기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후, 30년 가까이 섬유예술과 회화의 경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2023년 MISAJANG갤러리 개인전 '시간의 축적', 2024년 유나이티드갤러리 '스며드는 시간', 관천로 S1472 '정교한 손'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섬유미술의 미학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그에게 있어 바늘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억을 꿰매는 행위이며 삶의 리듬이다. ‘바늘 끝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은 단지 직물 위에 남은 흔적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의 노동, 예술, 정신의 집약이기도 하다.

new_이지수_누리집배너_칼라로고_1200x1200 (1)-사진제공 KCDF갤러리
new_이지수_누리집배너_칼라로고_1200x1200 (1)-사진제공 KCDF갤러리

 

본 전시는 KCDF갤러리에서 6월 22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빠른 속도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이들에게, 바늘 끝에서 피어난 고요한 사유의 풍경이 잔잔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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