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은 장단”의 명맥, 파주에서 되살아나다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경기도 한국 활과 화살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다.
영집궁시박물관은 오는 5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특별전 '장단 궁시장 전통과 옛 화살 제작의 숨결'을 개최하며,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장단 화살’의 역사와 그 제작 전통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화살은 장단, 활은 예천’이라는 옛말은 한국 궁시(弓矢)문화에서 장단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래 경기도 장단군이었던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화살 제작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으나, 6·25 전쟁 이후 대부분의 지역이 비무장지대(DMZ)에 편입되면서 역사적 흔적이 흐릿해졌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장단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화살 제작 전통이 파주를 중심으로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지를 실물 중심의 자료와 함께 복원해 소개한다. 전통 기술의 단절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장인의 손끝에서, 사라져가던 궁시 문화가 다시 호흡을 얻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유엽전(柳葉箭)과 같은 전통 화살을 복원한 실물 작품을 중심으로, 화살 제작 과정의 주요 공정이 사진과 영상 자료로 함께 공개된다. 부레(풀칠용 접착제), 깃인두(화살깃 부착 공구), 대잡이통(화살대 정리기구) 등 궁시장이 사용하는 전통 도구와 기술들도 다채롭게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궁시장이라는 직업의 정밀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장단 출신 궁시장들의 생애와 가업 전승 과정을 조명하며, 단순한 공예 기술이 아닌 한국사 속 전쟁과 피난, 정착의 역사까지 연결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기술이 제도와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어떻게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궁시장이 제작한 화살은 단순한 병장기를 넘어 장인의 미감과 정신을 담아내는 문화유산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화살 제작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연계 행사도 함께 마련되어 있으며, 청소년 및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사전 예약을 통한 단체 해설도 제공된다. 이로써 전통 공예를 직접 체험하며 한국 궁시문화의 저변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제공한다.
영집궁시박물관은 2000년 12월 30일,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활과 화살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유영기 관장의 아호 ‘영집(楹集)’과 ‘궁시(弓矢)’를 조합한 것으로, 그 정신과 기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국내외 활과 화살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으며, 관람객은 간이 활터에서 활쏘기 체험을 하거나, 방태기활과 쇠뇌의 원리를 응용한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활과 화살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조선의 숨결이 깃든 화살 한 자루에서 시작된 장인의 예술혼은, 오늘날 파주에서 다시 날아오른다. 이번 특별전은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새삼 일깨우는 귀한 문화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