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관 개인전 한벽원미술관서 전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화의 채색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인 조형어법을 구축해온 김진관 작가의 24회 개인전이 5월 30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한벽원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장지에 채색한 신작 20점과 목탄 드로잉 50점을 포함해, 작가의 미학적 성찰과 화법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김진관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후학을 양성한 한국화가로, 여타의 채색화 작가들과 달리 ‘겹쳐 올린 투명한 색채’와 ‘여백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에서 색은 짙고 과감한 대비보다는, 여러 겹 덧칠한 연한 채색을 통해 수묵의 느낌과 맑은 감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관계, 156.5X127.5cm.장지에채색.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관계, 156.5X127.5cm.장지에채색.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장지 위에 차분하게 쌓아 올린 색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대상과의 거리감,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다. 이처럼 김 작가는 전통 채색화의 기법 위에 수묵화적 조형성과 여백의 미학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완성하고 있다.

김진관 회화의 또 다른 특징은 힘 있고 활달한 선묘의 사용이다. 전시작 '그리움 1', '동산 1', '동산 2' 등에서는 굵은 붓질로 식물의 줄기와 잎을 단순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세필을 사용해 섬세하게 묘사하는 전통 채색화와는 다른 조형적 접근이며, 수묵화와 서예에서 발견되는 '기운생동'의 맥을 잇는다.

이러한 필법은 불균일한 선을 통해 생명의 리듬을 담아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감을 획득한다. 김 작가는 “작은 열매, 하찮은 풀 한 포기라도 그 외형 이전에 존재하는 생명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자연을 응시하는 태도를 자신의 회화 세계의 중심에 둔다.

달개비,   175X110cm,장지.광목에채색,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달개비,   175X110cm,장지.광목에채색,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올해 71세를 맞은 김 작가는 최근의 작품 활동에서 더욱 사유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씨앗이나 열매 속에서도 생명이 보인다”고 말하며, 자연의 질서와 생명력에 대한 탐구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이는 동양철학의 ‘소중대이(小中大理)’ 관점과 맞닿아 있으며, 주자의 ‘쌀 한 톨 속에 벼 전체의 이치가 있다’는 사유와도 연결된다.

김 작가의 회화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에서 벗어나,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실장은 김진관 작가의 작품에 대해 “‘빠져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의식과 제재, 표현방식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관람자를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는 작가의 시선이 단지 자연을 관조하는 것을 넘어, 이를 해석하고 관객과 감성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찬양, 166X132cm,장지에채색, 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찬양, 166X132cm,장지에채색, 2025-사진제공 김진관 작가

 

'찬양', '관계', '달개비'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김진관 작가의 내면적 진화와 함께, 한국화의 현대적 변주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탄 드로잉 50점은 작가의 즉흥성과 손끝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김진관 작가의 이번 전시는 채색화가 지닌 가능성과 회화의 본질을 동시에 되짚는 기회이자, ‘작은 것의 진리’를 그리는 거장의 조용한 외침이다. 한벽원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이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전시가, 현대 한국화의 또 다른 여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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