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부터 6월 28일까지, 갤러리 나우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삶과 예술, 기억과 실재,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넘어선 회화적 탐구. 김대섭 작가가 2025년 6월 4일부터 6월 28일까지 서울 강남의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물아(物我) - 경계 너머'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대섭 작가의 최근 작업인 ‘물아(物我)’ 시리즈 신작 20여 점을 중심으로, 지난 27년에 걸친 작가의 네 개 주요 시리즈를 한자리에 조망하는 자리다. 회화가 담아낼 수 있는 감각의 깊이와 실존의 사유를 고재(木材)의 나이테 위에 펼쳐낸 김대섭의 작업은 정물화의 전형을 넘어, 회화와 사물, 이미지와 실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물아(物我)’ 시리즈에서 김대섭은 흑백으로 표현한 극사실적 과일과 고재의 질감을 결합해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창출한다. 익숙한 과일의 표면은 흑백의 응시 속에서 더 이상 과일이 아닌, 마치 행성처럼 낯선 질감을 드러낸다. 이질적 결합을 통해 작가는 사물과 자아의 경계, 실재와 환상의 중간지대를 조용히 비춘다.
오래된 나무 위에 유화로 구현된 과일들은 생명력을 지닌 오브제처럼 살아 숨 쉬며, 고재가 가진 시간성과 함께 회화의 내적 깊이를 더한다. 폐가구나 고목 판 위에 그려진 그의 작품은 재료 자체가 서사와 감성을 머금은 하나의 주체가 된다. 정형화된 캔버스가 아닌 살아 있는 ‘터전’ 위에서 시작된 이 회화는 관람자의 시선까지 무장해제시키며 자연과 감성의 교감을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아’ 시리즈 외에도 작가의 오랜 작업 세계를 이끌어온 대표 연작들을 사유의 궤적, 네 개의 시리즈로 엮어 함께 소개된다.
‘터–삶’ 시리즈는 작가가 직접 밟아온 공간들, 그 안에 깃든 풍경과 일상의 자취를 담는다. 인물이 부재한 장면 속에서도 자전거, 농기계 등 삶의 도구들이 정적 속 생동을 전한다.
‘Memory’ 시리즈는 유년 시절의 감각과 정서를 화폭에 불러낸다. 들꽃, 바람, 병아리 발자국 같은 섬세한 기억의 단편들이 감성적 울림을 자아낸다.
‘사의–사실’ 시리즈는 동양화의 여백미와 서양화의 사실적 묘사를 병치시켜, 전통 회화 언어 간의 긴장과 조화를 탐구한다. 묵선처럼 스미는 붓질과 사실적인 정물의 물성이 충돌하며 감성과 인식의 층위를 펼쳐 보인다.
이렇듯 그의 회화는 시간과 기억, 감각과 물질을 넘나들며 한 인간이 예술을 통해 사유한 흔적이자 기록이다.
김대섭은 버려진 가구, 오래된 고재를 단순한 회화의 배경이 아닌 회화의 실체로 끌어들인다. 수많은 생성을 반복하며 소멸한 재료 위에 다시 그려지는 정물은 ‘환생의 리사이클링’이라는 개념으로 탄생한다. 하나의 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손길과 시간이 응축된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시를 기획한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이번 전시는 2차원의 평면이 더 이상 평면이 아니며, 정물화의 전형성을 넘어선 김대섭 회화 세계의 깊이를 체감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한다.
계명대학교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대섭 작가는 현재까지 36회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평론가상, 수채화 대상 수상 경력은 물론, 그의 작품은 미술은행, 서울지방법원, 대구법원 등 공공기관에 다수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그림을 통해 존재의 본질, 삶의 기억,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사유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회화라는 언어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감각과 질문을 이어가고 싶다.”
삶의 자취, 유년의 감각, 전통의 긴장, 그리고 물아일체의 사유. 김대섭의 화업 27년은 단지 한 작가의 개인사가 아니라, 현대 회화가 갈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의 지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여정의 중요한 한 갈래로서, 관람자에게도 각자의 ‘터전’과 ‘기억’, 그리고 ‘경계 너머’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