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특별기획전, 송은주 공공미술전 'Prelude_감정의 폭포'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 광화문 새문안로를 걷다 보면 익숙한 풍경 속 낯선 아름다움이 시선을 붙잡는다. 오방색의 기둥들이 광장 바닥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그 안에서 ‘하늘’이 흐른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 장치가 아닌, ‘하늘을 읽는 회화’이자, 감정의 강을 따라 흐르는 신앙적 고백이다.
송은주 작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Prelude_감정의 폭포'가 2025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새문안교회 앞 새문안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창립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로, 올해 창립 138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이 전통의 심장부에 미술이라는 언어로 ‘문화선교’의 서곡이 울리고 있다.
에스겔서 47장에 등장하는 성소에서 흘러나온 생명의 강물처럼, 송은주의 작품은 교회라는 ‘성소’에서 흘러나와 도시를 적신다. 총 31점의 삼나무 입체작품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동·서·중앙 네 방향으로 배치되어, 시각적으로도 ‘흐름’이라는 개념을 실현한다. 작품 설명 명판은 일반 시민들을 위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유도해 교회 건축물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의도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하늘의 감정을 나무에 침윤시킨 작업”이라고 말한다. 삼나무 위에 오방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회화는 단순한 색채를 넘어서, 하늘의 미학(Sky Aesthetics)에서 출발한 감성적 해석이다. 이것은 곧 스카이 리터러시(Sky Literacy), 즉 ‘하늘을 읽는 능력’에 대한 작가의 제안이기도 하다.
송은주는 평면회화에서 출발하여 오브제와 설치작업, 영상 설치, 음악회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연구하며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가이다. 최근 소마미술관 공공미술 공모가 선정되어 올림픽공원 즉 실외공간으로 전시 무대를 확장하게 되었고 '도시의 숨결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광장과 거리, 하늘과 건축이라는 복합적인 매체와 배경은 그의 작업을 입체적 감각과 설치미술로 진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감정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업이에요. 제가 말하는 감정은 희로애락의 단순한 교차가 아니라, 자연 앞에서 느끼는 존재의 감격이에요.” 작가는 말한다. 그는 이 감정을 색채와 형상으로, 그리고 공간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단지 미술 애호가가 아닌, 출근길 직장인, 아이 손을 잡은 부모, 잠시 머무는 노인 등, ‘이 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다.
교회, 광장, 예술의 합주
새문안교회는 2019년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에서 문화건축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어머니의 품을 상징하는 곡선의 외형과, 역사성과 현대성을 겸비한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형언어다. 여기에 공공미술이 더해지며 건축과 예술, 신앙과 일상이 교차하는 복합적 장소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 아니다. 작가는 문화선교부 미술선교팀장으로서 기획에서 제안, 내부 설득, 서울시 행정 절차를 포함한 5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고, 이는 곧 ‘전시를 통한 선교’라는 문화적 신앙 실천의 결정체였다.
'Prelude_감정의 폭포'는 단지 시각적 미학의 실험이 아니라 도시를 터치하는 감정의 회화로 이는 ‘신앙의 미학’, 또는 ‘도시의 시학’으로 읽힐 수 있다. 작가는 회화와 미디어, 설치미술과 영상이라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하늘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광장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잠시라도 고개를 들어 교회를 바라보게 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바람이 있다. 그 시선 하나가 곧 ‘예술과 신앙이 만나는 접점’이며, 감정의 폭포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새문안광장을 지나는 누구든, 그 앞에 잠시 멈춰 서면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색채이기 이전에 기도이고, 조형이기 이전에 사색이며, 회화이기 이전에 삶에 대한 응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