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는 2025년 5월 21일~5월 26일까지 손미량 개인전 '엄마이야기'가 전시된다.

손미량 작가의 개인전 '엄마 이야기'는 단순한 인물화 전시를 넘어, 존재의 무게와 기억의 밀도로 짜여진 한 편의 문학적 서사처럼 펼쳐진다. ‘가족’이라는 일상의 뿌리를 탐색하는 이 전시에서 작가는 오직 ‘어머니’라는 단일한 존재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일 수 있는 보편적 존재의 기록이다.

봄,봄 72.7x53.0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봄,봄 72.7x53.0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엄마이야기24.2x27cm oilonboard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엄마이야기24.2x27cm oilonboard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손미량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후, 국내외에서 15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을 통해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일본 일전(NITTEN)과 하쿠지츠 회(HAKUZITSUKAI) 등 국제무대에서의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사실성과 감성의 절묘한 균형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러한 외형적 스펙보다 더 깊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의 파동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전환점이 된다.

'엄마 이야기'는 90세에 가까운 병중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일기처럼 써 내려간 회화 연작이다. 소파에 몸을 묻거나, 벽을 짚고 간신히 서 있거나, 티브이를 응시하는 무표정한 얼굴들. 이처럼 평범한 장면들이 오히려 감정을 더욱 뭉근하게 자극한다. 손미량의 화면은 언제나 무겁고 정적이다. 흐린 빛, 짙은 음영, 지워질 듯 번지는 선들은 기억 저편의 몽롱함처럼,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노쇠’라는 숙명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계단을 내려가는 엄마 162.2x112.1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계단을 내려가는 엄마 162.2x112.1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보다 ‘사라지는 이미지’를 택했다. 또렷하지 않은 형태, 감정을 억누르는 구도, 감각적인 배경은 마치 기억이라는 물질이 점점 흐려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모성에 대한 찬양이 아닌, 딸이자 작가로서 겪는 모순된 감정 – 사랑, 연민, 죄책감, 때로는 억압된 증오까지 포용하는 고백이다.

특히 그의 회화는 보는 이를 외면시키기보다 사유하게 만든다. 익숙한 인물화의 ‘재현’이 아닌, 내면과 외면, 현실과 기억, 개인과 보편을 넘나드는 시적인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가 지적하듯, 손미량의 어머니 초상은 “외적인 형태미보다, 인생의 깊은 서사와 철학적 물음을 끌어내는 힘”을 지녔다.

눈 오는 날 162.2x130.3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눈 오는 날 162.2x130.3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이 전시는 단지 노모에 대한 감상적인 헌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멀리서 바라보기’를 통해 감정을 추슬러내며, 작가는 어머니의 존재를 ‘나의 어머니’에서 ‘우리의 어머니’로, 그리고 노년의 인간 보편상으로 승화시킨다. 그렇게 그림은 어느새 하나의 질문이 된다. “우리는 어머니의 생을 얼마나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손미량의 '엄마 이야기'는 미술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그림이 단지 ‘보는 것’이 아닌 ‘곱씹고, 떠올리고, 다시 마음속으로 안아보는 것’이라면, 이번 전시는 그 정의에 가장 근접한 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바다앞에서 162.2x130.3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바다앞에서 162.2x130.3cm Oiloncanvas 2025-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엄마이야기5 24.2x27cm oilonboard 2023-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엄마이야기5 24.2x27cm oilonboard 2023-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노년의 시간, 어머니의 초상으로 기록하다”
손미량 작가의 개인전 '엄마 이야기'는 병중의 노모를 오롯이 화폭에 담아낸 일상의 기록이자, 딸이자 작가로서의 깊은 응시이다. 흐릿한 빛, 무거운 정서, 그리고 멀어지는 기억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본질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사진제공 손미량 작가

손미량 Son, Mi-Rya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석사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손미량 작가는 국내외 개인전 15회를 포함하여 200여 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해 온 중견 작가다. 일본 일전(NITTEN)과 하쿠지츠 회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사실성과 감성을 아우르는 인물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창작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손미량 아뜨리에’를 운영하며 창작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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