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현 작가, 대형 설치작품 '더 홈(The Home)' 선보인다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2025년 일본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에 한국의 설치미술가 '부지현 작가(1979년생)'가 공식 초청 작가로 선정되어, 대형 설치작품 '더 홈(The Home)'을 발표한다. 그는 이번 트리엔날레에 참가하는 유일한 한국 작가로, 주최 측이 공식 발표한 ‘주목해야 할 작가 3인’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되며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부지현의 신작 '더 홈(The Home)'은 일본 오카야마현의 우노항에 영구 설치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바다와 하늘, 육지를 연결하는 장소인 이곳에 삶의 기원과 종착지라는 상징성을 담아 구현됐다. 폐집어등, 금속 구조물, 거울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람자의 위치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광을 반사하고 흡수하며 신비로운 공간감을 형성한다.
작품의 전면에는 거대한 타원형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마치 실제 풍경과 반영된 이미지 사이에서 끝없이 확장되는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지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이 허물어진다. 작가는 이 공간을 일종의 ‘제로 그라운드(Zero Ground)’, 즉 출발이자 도착, 존재와 가능성의 중심점으로 설정한다.
제주 출신의 부지현 작가는 폐기된 어획용 집어등을 오랫동안 작업의 주요 오브제로 다루며, 그 안에 바다와 생명의 기억을 새롭게 조형해왔다. '더 홈'에서도 이 집어등은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구조체로 확장되어, 시간과 공간, 기억과 미래가 교차하는 장소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홈(home)은 우주, 지구, 지금 이 공간, 그 어느 곳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더 홈'이 단지 구조물이 아닌 우주적 내러티브를 담은 관문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은 마치 우주선의 엔진처럼, 다른 시공, 다른 행성, 혹은 또 다른 존재의 형태로 향하는 상상의 여정을 제안한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전 세계 작가들이 일본 세토 내해의 섬들을 배경으로 설치, 퍼포먼스, 건축,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급 예술제다. 한국에서는 과거 최정화, 이수경 작가가 초청된 바 있으며, 이번 부지현의 참여는 그 계보를 잇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부지현은 일본 갤러리 Q, 아라리오 뮤지엄, 환기미술관, 제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로, 빛과 바다, 시간과 존재, 기억과 감각을 중심으로 한 몰입형 설치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작업은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예술로 전환하는 실험적 태도와 더불어, 감성적 서사와 철학적 사유가 응축된 시각 언어를 통해 관람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더 홈'은 존재의 시작점이자 도달점, 그리고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어딘가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빛과 그림자, 반사와 굴절, 구조와 여백이 어우러진 이 설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사유를 촉발시키며, 예술이 사유의 장을 여는 매개임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부지현은 “하나의 가능성이 관측되는 순간 세계는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우리는 오직 하나의 세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더 홈'은 그 하나의 세계 너머, 관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열린 창이자 관문으로 작동한다.
폐오브제를 예술로 환생시키는 부지현의 작업은 지속가능성과 환경 문제를 환기시키는 현대미술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자연과 인공,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감정을 엮는 동시대 설치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대표한다.
이번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이는 '더 홈'은 단순한 공간 구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 '존재론적 풍경'이자, 감각의 은유와 시적 구조가 공존하는 예술적 공간이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설치미술의 새로운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