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된 '제11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이 오는 4월 27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하며 한국 사진예술의 흐름과 가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주제는 ‘사진 DNA’. 사진이 품고 있는 태초의 언어, 본질적 힘과 새로운 확장을 모색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총감독 원춘호, 협력큐레이터 양혜정, 자문위원 신경훈의 지도 아래 완성된 이번 페스티벌은, 국내외 사진계의 거장과 신예들이 함께하는 다층적 구조를 통해 사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올해 전시는 120여 명의 작가가 1,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구성으로, ‘사진 DNA’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진의 역사성과 실험정신, 기술적 진화를 아우른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나 이미지 소비의 차원을 넘어, 동시대 시각예술로서 사진이 지닌 사유적 가능성과 서사적 깊이를 드러내는 시도다.
사진예술이 갖는 근원성과 전방위적 확장성을 다루는 주제전 ‘사진 DNA’ 외에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전, 항촌마을 아카이브전, 중국현대사진가 100인전, KIPF 뷰파인더, 코리아포토, 형형색색 등 다채로운 특별전이 함께 구성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이번 페스티벌은 국제 사진계와의 활발한 연대 속에서 더 큰 의의를 갖는다. 얀 포흐리지브니(체코), 양양캉(중국), 마르친 리체크(폴란드), 카와이 야스모토(일본)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강화했다. 개막일에는 중국 리수이사진축제 예술감독과 리수이사진박물관 관장 등 해외 주요 인사 30여 명이 내한해 포토페스티벌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국내 작가로는 이정록, 이재갑, 박찬호, 제이안, 정영신, 김기환 등이 참여해 각자의 미학적 언어와 사회적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의 사진언어를 펼쳐냈다.
페스티벌의 또 다른 중심축은 사진문화의 소비와 향유를 위한 포토페어 '코리아포토'. 이곳에서는 사진작품뿐만 아니라 포토북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빙 문화가 소개되어 사진예술의 미학적, 기록적 가치를 보다 일상적인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한 전시 감상을 넘어, 작가의 세계와 관람자의 일상이 만나는 실질적 접점이 된다.
KIPF는 사진을 단지 시각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기록과 감성, 시대정신의 조형으로 풀어내며 동시대 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올해의 ‘사진 DNA’는 그러한 방향성의 정수를 담아낸 결과물이다.
총감독 원춘호는 “사진은 기술과 감성이 조우하는 예술이다. 이번 전시는 그 교차점에서 사진이 어떻게 예술적 진정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모색과 고민 끝에 완성된 이 전시가, 사진이라는 매체의 매혹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11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자신을 발견하며, 미래를 사유하는 감각을 일깨운다. 예술로서의 사진, 사유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 전시는 오늘날 시각예술의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실천이자,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한국 사진계의 품격 있는 대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