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자연과 인간의 깊은 교감을 사진이라는 예술로 승화시켜 온 사진작가 오수진이 제11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에 참가하여, 제주를 주제로 한 연작 '숨비령'을 선보였다. 

전시는 2025년 4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며, 국내외 130여 명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오수진 작가는 ‘코리아포토’ 섹션의 개인 부스전 형식으로 관람객과 마주했다.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숨비령’은 작가가 창조한 개념어로, 제주의 자연 속에 흐르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생명력의 기운을 의미한다. 오수진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에 매혹되어 2017년부터 한 달 살이를 시작으로 3년, 5년에 걸쳐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직접 체감한 자연의 숨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제주는 신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땅입니다. 1만 8천 신들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이 깃들어 있죠. 그 안에서 외지인으로 살다가 이제는 제주의 일부가 되어, 안에서 제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수진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제주인의 감각으로 바라본 문화적 풍경을 ‘숨비령’ 시리즈에 담아냈다고 전했다.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작품 속 인물들은 흰 두루마기나 갈옷 차림으로 억새밭이나 해변, 눈보라 속에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인물 사진이 아닌, 인간과 자연, 생명과 시간의 경계에서 존재하는 영적인 초상을 상징한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제주의 토박이이자 문화원 이사로 활동 중인 서각 작가로, 제주를 보존하고 알리는 인물이다. 오 작가는 “제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수호령과 정령 같은 존재로 느껴져, 가장 적절한 모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진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혹은 그저 흐르는 구름을 볼 때조차 셔터를 누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고 한다. “사진은 저에게 늘 감상과 행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했어요.”

처음엔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으로 촬영을 시작했다는 오수진은, 지금은 캐논 카메라로 본격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누구나 사진작가인 시대예요. 핸드폰으로 찍든, DSLR로 찍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찍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숨비령'은 시리즈 1, 2로 나뉘며, 현재 시즌 2는 절반 이상 작업이 진행되어 내년 전시와 출판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작가는 이제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제주인’으로서 마을과 사람, 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는 프로젝트도 병행 중이다. 그는 앞으로 제주의 신화와 민속, 문화유산 등을 사진예술의 언어로 해석해나가고자 한다.

KIPF 운영위원회는 오수진 작가의 작업을 두고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깊이 있는 사진예술”이라며,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상징적 전시”라고 평가했다.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오수진 사진작가,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제주의 정서와 철학, 그리고 생명의 울림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오수진의 ‘숨비령’. 그 작품 속에서 관람객은 일상의 틈에서 잊고 지낸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고요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이 기록의 도구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묻는 예술의 울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비령’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제 사진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 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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