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를 재조명하는 2025 화랑미술제가 4월 17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인사갤러리는 중견작가 김형길을 소개하며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 조형언어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형길 작가의 부스는 마치 푸른 그물망이 화면 위를 유영하듯 배치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종이상자를 얇게 오려 겹겹이 중첩한 오브제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생명성과 시간성의 상징물로 기능하며, 조형적 실험의 집약체로 읽힌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때 푸르른 생명을 품었던 나무의 흔적을 시간 속에 되살리는 과정”이라 말한다.
작품의 중심 모티브인 ‘net(그물)’은 시각적으로는 입체적 구조를, 개념적으로는 시간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그는 “‘그물망’은 실재와 환영, 찰나가 공존하는 무대”라며 “종이의 본래 모습인 나무, 나무의 본래 성질인 생명이 현재의 작품 안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리즈 작품 ‘푸른 언어’를 비롯해 그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청색은 작가의 철학을 집약한 색채로, “지나간 시간과 막 지나가는 현재가 만나는 경계의 빛”을 표현한다. 이러한 색채와 조형은 감상자에게 본질적 생명에 대한 사유를 환기시키며,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선 철학적 성찰을 이끈다.
김형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2010년 KCAF 작가상, 중앙미술대전 우수상(1999), 서울국제미술제 차세대 인기 작가상(1996), 한국현대판화공모전 특선(1988)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45회 이상의 개인전과 500여 회에 이르는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형길 작가는,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본연지성’이라는 키워드 아래 시각적 언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인사갤러리 부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은, 전통 회화의 재료인 종이를 오브제로 치환하고, 그 속에 생명과 기억, 시간과 환영을 투영한 결과물이다. 그의 작업은 회화와 설치,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조형미를 제시하고 있다.
“시간은 지나가도 생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김형길의 예술은 단절이 아닌 연속성의 언어로 기억과 감정을 엮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형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며 감각 너머의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현대미술의 단면을 확인하는 귀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