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사진으로 제주를 사유하는 예술가, 오수진 작가가 제11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에 개인 부스전 형식으로 참여한다. 오는 4월 22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그는 제주 고유의 풍경과 정서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풀어낸 연작 ‘숨비령’을 선보인다.

KIPF는 ‘사진DNA’를 주제로 국내외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 약 1,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진예술 축제다. 매년 사진의 예술적 정체성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전, 향촌마을 아카이브전, 중국 현대사진가 100인전 등 다채로운 특별전과 함께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코리아포토’ 섹션에 초청된 오수진 작가의 부스전은 제주를 담은 사진예술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숨비령’은 오수진 작가가 창조한 개념어로, 제주 곳곳에 스며 있는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생명력의 기운을 의미한다. 그는 제주에 거주하며 직접 체감한 자연의 호흡과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담아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흰 두루마기를 입고 눈보라 속에 서 있거나, 갈옷 차림으로 억새밭에 누운 모습, 해변에서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선 장면 등으로 표현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영적인 연대, 생명과 고독, 자연의 신성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관람객들에게 무언의 울림을 전한다.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오 작가는 앞서 ‘곶자왈 숲의 정령’, ‘탐나도다-제주 드론 사진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탐구해왔다. 이번 ‘숨비령’은 그러한 탐색의 정점으로,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예술적 제의의 형식으로 완성되었다.

오수진 작가의 작업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낭만적으로 찬미하기보다는, 그곳에 깃든 정신성과 삶의 흔적,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의 사진은 형식미를 넘어서 시간과 정체성, 존재와 풍경 사이의 관계를 사유하는 깊이 있는 시각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IPF 운영위원회는 “오수진 작가의 ‘숨비령’은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것”이라며, “사진이 단지 시각적 기록에 그치지 않고 감정과 철학, 사유를 품은 장르임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예술, 오수진 작가

이번 전시는 사진예술이 자연과 인간, 기억과 정서를 연결하는 시적 매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회다. 제주의 숨결을 담은 ‘숨비령’을 통해, 관람객들은 익숙한 풍경 속에 숨은 신성성과 생명의 속삭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제주의 영혼을 품은 사진, 그 ‘숨비령’의 서사를 오롯이 느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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