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화랑미술제, 갤러리 세인 참가작가 권기자·전지연의 주목받는 감성적 조형 언어
시간의 흔적과 생명의 얼개, 감각의 색으로 형상화되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 화랑미술제에서 갤러리 세인이 소개한 권기자와 전지연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각적인 색채와 조형미를 바탕으로 각각 시간의 축적과 생명의 얼개를 주제로 풀어낸 이들의 작업은 회화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 조형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트코리아방송 이승근 관장이 리포터로 두 작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중견작가 권기자는 화랑미술제에서 ‘Time accumulation’ 연작을 선보이며, 물감이라는 재료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독창적 작업 방식을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물감 찌꺼기를 수집하여 층층이 쌓고, 절단해 단면을 드러내는 기법을 통해, 평면 회화에 조형성과 물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저는 물감 판지를 만들어 쌓고 또 절단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하나하나 켜켜이 기록해 나갑니다. 보이는 색감은 꿈이기도, 감정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 권기자 작가
이번 작업은 마치 지층을 이루듯 수천 번의 반복과 우연이 겹쳐져 탄생한 시각적 지문처럼 느껴진다. 물감이라는 미술의 기본 재료가 시간과 물성의 증거로 거듭나며, 단순한 색의 사용을 넘어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성주 아트리움 모리에서 이어질 개인전 ‘물감의 층리, 시간을 조형하다’에서도 그녀의 오브제 작품과 연작이 함께 공개될 예정으로, ‘시간을 그리는 작가’로서의 철학적 작업 여정을 이어간다.
전지연 작가는 생명 구조체로서의 ‘얼개’를 주제로 한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시각적 힐링과 감성적 은유의 세계를 펼쳐냈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자작나무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적 회화와 기하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컬러풀한 캔버스를 선보이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대화를 시도했다.
“얼개는 생명의 구조이고, 존재의 흐름이에요. 자작나무 나이테처럼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담고 싶었습니다.” – 전지연 작가
전지연의 작업 핵심은 ‘희망’과 ‘위로’의 시각화에 있다. 노란색은 치유의 색이며, 화면을 가득 채운 하트의 형상은 생명의 중심인 심장을 상징한다. 그녀의 화면 속 ‘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삶을 향한 희망(wish)의 메타포이며, 그것은 얼개의 구조 속을 부드럽게 흐른다.
6월 서울 웅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 ‘얼개, 바람에 색을 입히다’에서는 보다 심화된 얼개의 구조적 해석과 함께 평면을 넘어 입체로 확장되는 작업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권기자의 작업이 응고된 시간의 물질화라면, 전지연의 작업은 흐르는 감정의 유기적 구조화이다. 한 작가는 색의 층을 쌓고 자르고, 또 한 작가는 구조를 얼기설기 짜 맞추며 색을 입힌다. 두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시간과 감정, 물성과 철학을 함께 녹여낸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갤러리 세인이 선보인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기쁨을 넘어, 삶의 리듬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은 예술적 성찰의 현장이었다.
2025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권기자와 전지연이라는 두 작가가 이어가는 시간과 생명의 이야기, 그 얼개는 앞으로도 새로운 조형언어로 확장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