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공예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지평 열어'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2024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귀중한 유물, 행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을 2025년 4월 11일 시민들에게 최초로 공개하며, 유물 보존 성과와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을 조망하는 학술 컬로퀴엄을 함께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유물 공개와 학술 논의가 결합된 복합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공예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공예박물관 오문선 수집연구과장이 오일영 군수에 대한 배경을 간략히 설명했고, 이랑미 보존과학 학예연구사는 병풍의 제작 배경과 자수 기법, 역사적 의의를 상세히 전했다.
행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은 1898년, 평안북도 구성군수로 재임 중이던 오일영의 공정한 행정과 민원 해결에 감동한 지역민 2,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20폭 자수 병풍이다. 백색 단직물 위에 붉은 실로 수놓아진 이 병풍은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지방 행정과 백성의 정서가 맞닿은 정교한 공예 유물로 평가된다.
병풍에는 ‘광무 2년’이라는 연호와 함께 오 군수의 공적을 찬양하는 송덕문이 자수로 정밀하게 수 놓아져 있으며, 지역민의 이름과 지역 경관, 마을 위치 등 당시 구성군의 문화지리 정보까지 담겨 있어 학술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인정받는다. 특히 송덕비나 만인산과 달리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송덕 유물은 국내 유일 사례로 주목받는다.
병풍 공개와 함께 진행된 학술 컬로퀴엄 '공예문화유산을 보는 시선–보존과학·공예·인문학의 융합적 관점'은 유물 보존과 연구, 공예사 및 역사학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유물의 다층적 가치를 조명했다. 병풍의 과학적 분석 결과부터 장황 직물, 자수 기법, 제작 배경, 지리 정보까지 폭넓은 논의가 펼쳐졌다.
특히 병풍의 형식 변화를 분석한 김수진 성균관대 연구교수와, 지역 경관 해석을 수행한 양윤정 연세대 객원교수의 발표는, 병풍을 공예와 시각문화의 복합매체로 이해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박윤미 원장의 장황 직물 고찰, 장경희 교수의 공예사적 연구 역시 병풍이 단순한 기념물 그 이상임을 증명해 보였다.
행사 당일 병행된 ‘Open LAB’ 프로그램은 공예 유물 전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사전 신청한 시민 20명이 보존과학실에서 병풍을 가까이에서 관람하고,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보존과학자의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공예문화유산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통 자수 기법과 현대 과학기술의 융합, 박물관의 학술적 기능과 대중 참여가 결합된 이번 컬로퀴엄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행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은 백성과 지방관의 이상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공예문화유산”이라며, “서울공예박물관은 앞으로도 이러한 유물을 통해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공감하고, 공예문화의 미래 가치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