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 미학산책] 장식론Ⅰ

   미술의 근본적인 의미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인간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정식이 없으면 좋은 미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미술은 어떤 방법으로든 생활환경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좋은 예술에는 장식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화(美化)하나는 것은 장식화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일체의 미술은 미화로부터 이루어진다. 미화란 화인(畵因), 선, 색 기타 미술적 요소를 인간의 ‘내면의 미’에 의해 존재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미의 형에 있어서 형을 잘라내 버리면 장식이라는 느낌도 사라진다. 물론 미라는 것은 모든 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깊은 표시는 모든 형에서 나타난다. 선과 색의 관계에서 미는 나타난다. 그러나 미술에는 이미 한층 깊은 미의 영역이 있다. 형이 없으면 인식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형의 미에는 또 하나의 정신적인 ‘무형의 미’가 있다. 이것은 미술에 있어서의 유심적 영역이다. 이 영역은 완전히 형이 없기 때문에 형태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미는 형이 미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를 느끼는 것은 형을 느끼는 것이고 형을 느끼는 것은 미를 느끼는 것이 된다.

[박명인 미학산책] 장식론Ⅰ
[박명인 미학산책] 장식론Ⅰ

 

   장식의 미란 이 형에 의한 미, 또는 미에 의한 형이다. 미가 형성되면 ‘꾸민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그러므로 이 유심적 미는 장식 미감이 배제되고 있어서 인간의 마음에는 장식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심적 영역의 깊은 감명에는 역시 무엇인가 이 세계를 장식한다는 행동의 마음이 느 껴진다. 이 유심적 영역은 장식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식성을 배제한 경우 미라는 개념을 배제한 것처럼 완전히 무형 투철한 관념이 된다. 그러나 더욱 깊은 미라고 할 수도 있는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준거(準據)할 하나의 ‘느낌’이다. 무형이지만, 그것의 느낌은 역시 ‘진’이며 미이다. 이 느낌은 인간의 주관에 존재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없지만 천분(天分)이 있는 사람은 이 미를 내적으로 갖춘 사람이다.

   이 관념(美)에는 어떤 무형적인 하나의 법칙이 있다. 가장 복잡하기도 하고 또한 단순한 것이기도 하다. 절대감의 법칙이다. 그 법칙을 따르는 것은 ‘행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모든 삶의 희망이며, 인간의 이상적 관념도 행복이라는 느낌의 가장 깊고 가장 높은 ‘정’이라는 느낌의 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여(眞如)의 느낌은 역시 행복의 느낌의 진정한 정의 투철한 절대적 감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의 참된 일체를 함유한 하나의 관념이다.

   그러므로 미의 법칙은 행복의 법칙과 일치한다. 추상적인 것 같지만 기쁨과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의 희열이 법칙이며 시각으로부터 인지된 마음의 희열이 미의 법칙이다. 마음의 희열은 즐거움이라는 느낌만이 아니다. 인간의 정신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일체를 포함하는 기쁨이다. 물론 그 구극(究極)은 즐기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즐기는 것보다 깊다. 보통 즐긴다는 감정에서는 즐길 수 없는 느낌을 즐기는 것이다. 무한은 그중 하나이다. 세계의 생명의 행복은 무한하다고 해도 좋다. 이리하여 마음은 무한감에 접했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 엄숙·풍려·풍부·신비ㆍ평화ㆍ조화 등 모두 희열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미의 법칙에 의해 선택된 형이 바로 장식이다. 그러므로 장식의 법칙은 역시 마음의 기쁨이라는 함수관계가 성립된다. 형을 마음이 희열하게 하는 것이 장식의 원리다. 즉, 장식은 형에 입각한 무형의 투철한 관념(美)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술은 시각을 통해 정신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장식은 그 두 방법 중에서, 하나는 형에서 장식적 효과에 의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형적인 느낌인 채로 무형의 미를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즉, 유심적 영역이라는 것이 있고, 직접적으로 무형을 무형인 채로 사람에게 다가가는 영역을 가리킨다. 이 영역의 모든 미술은 장식의 의미나 내용에 귀착한다. 그러나 미술에 있어서 장식 이상의 영역이 단독으로 표현되는 유심적 영역이 있다. 그것은 장식 미를 혼연(渾然)하고 있으면서도 단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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