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제이원에서 선보이는 철학적 색면회화의 심연
[아트코리아방송 지유영 기자] 대구 봉산문화길에 위치한 갤러리 제이원에서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양화가 윤양호의 개인전 'DASE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윤 작가의 45번째 개인전이자, 단색화와 색면추상을 통해 철학적 존재의식을 시각화한 깊이 있는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DASEON’이라는 전시 제목은 철학자 칸트와 하이데거의 ‘Dasein(존재)’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작가가 오랜 수행과 사유 끝에 예술적 언어로 재정립한 독자적 개념이다. 윤 작가는 색이라는 감각적 수단을 통해 존재를 직면하게 하며, 수행적 붓질을 통해 삶과 예술, 정신의 결합을 화폭 위에 펼쳐낸다.
윤양호 작가의 회화는 단색 혹은 색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반복과 중첩의 물리적 층위와 함께 시간성, 정서, 감정, 수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라색은 ‘정화와 명상의 상징’으로, 연두색은 ‘존재의 기원’으로 사용되며,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닌 내면의 정서를 반영하는 수행적 장치로 기능한다.
화면 안에서 붓질은 마치 선(禪)적 호흡과도 같다. 동양의 정신적 전통이 직접적으로 인용되기보다는 작가의 체험과 철학을 통해 재구성되어 내면의 질서로 발현된다. 여백, 기운생동, 무위자연 같은 동양 회화의 핵심 미학은 윤양호의 작업 속에서 서구 조형 언어와 만나 새로운 형식으로 변주된다.
윤양호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귀국 후 원광대학교 대학원에 ‘선조형예술학’을 창설해 후학을 양성해온 학자이자 작가다. 그는 미술 형식 실험을 넘어, 예술을 존재론적 수행의 방식으로 바라보며 학문적 기반까지 탄탄하게 다져왔다.
그에게 있어 회화는 사유의 결과이자, 감각적 성찰의 도구다. 단순한 색의 나열이 아닌 철학과 감정, 경험이 축적된 시공간으로 작용하며, 관객 또한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적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윤양호의 'DASEON'은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감각과 수행의 언어로 철학적 예술을 구현해내는 진지한 실천의 장이다. 이번 전시는 존재와 감각,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다시금 묻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