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감각, 조형적 대화가 시작되다
[아트코리아방송 지유영 기자]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뉴스프링프로젝트는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6일까지 한국 조각가 오종(Jong Oh)과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 폴 케홀름(Poul Kjærholm, 1929-1980)의 협업 전시 '테두리의 시간 Along the line'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시간의 간극을 넘어 예술가 간의 시각적 대화를 탐색하고자 기획됐다. 한국의 동시대 작가 오종과, 20세기 유럽 디자인을 선도한 케홀름의 조형 언어를 ‘선(Line)’이라는 키워드로 연결 짓는 이번 전시는, 디자인과 미술, 기능과 개념,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적 동질감을 조명한다.
'테두리의 시간'이라는 전시 제목은 오종이 케홀름의 가구에서 발견한 ‘드로잉적 감각’에서 출발한다. 오종은 케홀름이 만들어낸 가구의 미니멀한 선과 구조적 형태를 조각과 설치작업으로 재해석하며, 마치 ‘공간에 그리는 선’처럼 공간을 조율하고 경계를 창조한다. 이 선은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며, ‘지금-여기’에서 ‘그때-거기’로 이어지는 감각의 흐름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종의 조각, 설치, 드로잉, 조명 등 12점과 함께 케홀름의 대표 가구 15점이 나란히 배치되어, 양자 간 시지각적 유대를 시도한다. 케홀름의 <PK71 사이드 테이블>, <PK9 체어>, <PK50 컨퍼런스 테이블> 등은 형태의 본질과 재료의 물성을 강조하는 그만의 조형 철학을 담고 있으며, 오종은 그 선을 따라간 듯한 섬세하고도 절제된 조각 <Line Sculpture>와 조명 <Light Drawing (poul) #1>로 화답한다.
오종은 뉴욕, 마드리드, 서울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며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조각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에게 선은 공간 속에서 ‘읽어가는 문장’이며, 작가의 경험과 대화가 얽힌 서사이다. 이번 전시에서 오종은 폴 케홀름이라는 거장의 가구를 마주하고, 그의 미학을 선이라는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간다.
폴 케홀름은 전통적인 덴마크 디자인 문법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 스틸, 가죽, 대리석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며 산업적이면서도 조형적인 가구를 창조한 디자이너다. 케홀름의 가구는 ‘디자인의 순수성’과 ‘재료의 정직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뉴욕 MoMA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오종은 전시를 준비하며 수개월간 케홀름의 작업방식을 연구했다. 그는 “작업의 본질은 결국 나와의 대화이며, 이번 프로젝트는 나의 조형 언어가 다른 세대, 다른 분야의 창작자와 어떤 식으로 조응하는지를 실험하는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뉴스프링프로젝트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디자인과 현대미술 사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선의 감각을 되짚는 여정”이라며 “두 작가의 작품을 따라 ‘보는 방식’ 자체를 성찰하게 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두리의 시간'전은 보는 이에게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시간과 감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각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선을 따라 걸으며 경계를 느끼고, 그 선이 품은 시간을 헤아리는 전시. 그 안에서 오늘의 우리도 또 하나의 선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