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개인전 '바람에 마주한 새처럼'
[아트코리아방송 지유영 기자] 제주의 바람과 바다, 그리고 생명을 그리는 화가 김용주가 17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아라갤러리(관장 이숙희)는 오는 4월 21일부터 30일까지 김용주 작가의 개인전 '바람 부는 바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주 동쪽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행원리, 하도리, 종달리, 고성리, 시흥리의 바다 풍경과 그 속에 서식하는 물새들을 주제로 한 회화 16점을 선보인다.
김용주는 제주의 자연과 바람을 삶의 은유로 풀어내는 서정적 풍경화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다. 아크릴 물감과 먹을 활용하여 수묵화의 느낌을 살린 이번 신작에서는, 특히 **바람과 바다의 안식처로서의 ‘새’**를 주요 모티브로 삼아, 그 존재를 작가 자신의 삶과 중첩시킨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노트에 따르면, 김용주는 하도리 해변에서 마주한 물새들의 태도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미동 없이 서 있는 새들의 모습은, “살을 할퀴듯” 불어대는 제주 바람 속에서 삶을 견디는 존재의 상징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새를 그리는 것이 마치 나를 그리는 것 같다”는 작가의 고백은 작품 속 물새의 형상이 단순한 풍경의 일부를 넘어서 삶의 자세이자 존재의 은유임을 암시한다. 아내의 말처럼, ‘갸우뚱 선 한 마리 새’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김용주의 회화는 동양적 수묵의 기법과 서양화의 물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아크릴 물감의 강렬한 채색과 먹의 농담이 중첩되며 제주 바다 특유의 생명력과 기후적 질감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파도, 검은 바위, 그리고 물새들이 화면 위에서 때로는 유려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맞부딪힌다.
이러한 회화적 실험은 단지 자연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 맞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서사를 드러낸다. 이는 곧 김용주 작가가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 후 자연과 더 깊이 교감하게 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1958년 제주 출생의 김용주는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서울에서 중등 미술교사로 재직했으며, 2017년 퇴직 이후 고향 제주로 돌아와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4회 제주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를 비롯해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이번이 17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제주의 자연, 바다, 바람, 그리고 그 속의 생명에 천착해 왔으며, 회화적 언어를 통해 존재와 삶의 밀도를 꾸준히 표현해왔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제주특별자치도지회, 한라미술인협회, 창작공동체우리, 초록동색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용주의 ‘바람 부는 바다’는 단지 제주의 풍경을 그린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바람을 견디며, 바다를 품으며, 조용히 서 있는 새를 통해 스스로를 직시하고자 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고백이자, 존재에 대한 시적 성찰이다.
“바람이 불어도 웅크리며 견디는 새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그 마음이, 제주 하도리 바다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공명을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