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빈 '한 획에 담긴 삶의 밀도와 예술의 철학'
2025.5.1(목) – 5.24(토) | 갤러리 나우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갤러리 나우(대표 이순심)는 5월 1일부터 24일까지 임상빈 작가의 개인전 '일획 One Stroke'을 개최한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수학한 임상빈 작가는 사진,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간성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적 화획 시리즈 중에서도 ‘한 획(一劃)’에 집중한 작업으로, 형식과 의미 모두에서 밀도 있는 예술적 사유를 담고 있다.
'일획'은 문자 그대로 한 번의 붓질, 하나의 형상을 중심에 둔 작업이다. 하지만 그 ‘한 획’은 단순한 조형 요소를 넘어 삶과 예술, 존재와 시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담고 있다. 던져진 획은 마치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처럼, 운명적 출발점이 된다. 이후 이어지는 덧칠과 층위는 마치 나이테처럼 쌓이며, 획 하나가 한 사람의 초상처럼 독자적 개성을 띠게 된다.
임상빈은 이 한 획에 철학적 깊이와 감각적 밀도를 부여하기 위해 ‘글레이징(glazing)’ 기법을 통해 오랜 시간 축적한 색과 형태의 켜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인간의 삶이 지닌 불완전성과 반복,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반영하며, 작품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의 기록이자 자전적 이야기로 완성된다.
임상빈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계가 예술을 흉내 내는 시대, 다시금 ‘사람다움’의 본질을 묻는다. 작가는 “태양은 예술이 아니다. 태양을 시로 노래할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고 말하며, 예술은 결국 사람의식(HC)과 인생 이야기에서 비롯되는 감각의 승화라고 주장한다. 작품 속 한 획은 단지 형식이 아닌, 삶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다.
기계가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도, 그 결과물이 담지 못하는 사람만의 오류, 감정, 이야기, 자의식이 예술을 예술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대 예술의 흐름 속에서 인간성과 창작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날카로운 통찰로,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품들을 통해 관객은 그 질문과 사유에 동참하게 된다.
임상빈 작가는 뉴욕과 서울, 부산 등에서 2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미국의 줄 콜린스 스미스 미술관과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과 글로벌 기업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일획' 전시는 그간 ‘화획’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감성적이고 자연적인 에너지의 분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절제된 형태 속에 담긴 예술의 본질과 철학적 깊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획'은 한 획이라는 가장 단순한 시각 언어를 통해, 인간과 예술, 감정과 시간의 본질에 다가서는 정제된 철학적 전시다. 숙성된 작가의 언어를 통해 삶의 깊은 맥락을 포착하는 이 전시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람다움’의 의미를 다시금 되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