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리내 작가-실과 천, 바람과 돌 사이에서 발견한 ‘연결의 미학’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2025년 4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에서는 송미리내 작가를 포함한 8인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현대미술의 확장성과 생태적 감수성에 주목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강현아, 권다예, 나점수, 박문희, 소수빈, 정재희, 홍이카 등과 함께 참여한 송미리내 작가는 ‘연결성’과 ‘공생’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설치미술을 펼쳐보인다.
송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두 개의 주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첫 번째 작업은 '바람이 통하는 사이 : 붉은 실의 방'이다. 그녀는 붉은 실과 자투리 천이라는 친근한 재료를 통해,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을 공간 드로잉으로 구현한다. 작품 내부의 좌우대칭적 구조는 인간 신체의 균형성을 은유하며, 혼돈과 질서, 채움과 비움 사이의 조화를 공간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를 “내가 꿈꾸는 이상향, 스스로를 지키되 서로에게 바람이 통하는 관계가 유지되는 사회”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지 시각적 결과물에 머물지 않는다. 송미리내 작가는 실을 엮고 천을 꿰매는 ‘텍스트 드로잉(Text Drawing)’이라는 본인만의 독창적 기법을 통해, 삶의 경험과 정서, 자연의 리듬을 예술로 연결한다. 이는 단순한 장식적 설치를 넘어, ‘자아 탐구’와 ‘자기 실현’의 여정으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한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두 번째 주요 작품인 '굴러온 돌, 박힌 돌'은 올림픽공원이라는 장소적 맥락에서 출발한 참여형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올림픽 조각 심포지엄의 역사적 흔적 위에 ‘굴러온 돌’을 상징적으로 재해석하고, 본인이 직접 수집한 백제 유적지의 ‘박힌 돌’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잇는 공생적 서사를 구성한다. 관람객들은 전시 기간 동안 이 바위에 자신의 메시지를 새기며 작품의 완성에 참여하게 되며, 이는 생태 중심적 세계관과 공동체적 감각을 깨우는 실천적 예술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모든 작업이 '노르웨이 생태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aess)'의 ‘깊은 생태학(deep ecology)’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히며, 관람자 역시 이 체험을 통해 개인적인 내면 성찰의 가능성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번 소마미술관 기획전에서 송미리내 작가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공공성과 생태성을 연결짓는 탁월한 사례로 주목된다. 실과 천, 바람과 돌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넘어, 그 속에 깃든 삶의 흔적과 철학적 사유는 우리로 하여금 예술의 근원적 가치를 되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