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삶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선과 면, 공간과 감정의 중첩된 여정
박재영, '건축에서 회화로, 감정의 구조를 짓다'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2025년 4월 2일부터 7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3층에서 열린 박재영 작가의 개인전 'Dream Journey 2'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건축가로서 수십 년간 도시의 구조물을 설계해 온 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 공간을 해체하고 감성적 공간으로 다시 구성하는 새로운 예술 여정을 펼쳐 보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화의 영역을 넘어, 도시와 건축을 매개로 한 인간 삶의 사유와 기억, 감정의 표출이자 회화적 재건축의 시도다. 박재영 작가는 건축 설계와 현장을 오가며 경험한 공간의 해석을 선과 면, 유기적 곡선과 기하학적 도형의 충돌을 통해 2차원의 화면에 풀어냈다.

박재영 180×90cm oil on canvas 2019-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180×90cm oil on canvas 2019-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A Dream Journey_2,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A Dream Journey_2,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건축을 해체해 감정을 짓다” – 박재영 작가의 예술적 전환
박재영 작가는 평생을 건설회사에서 보낸 3차원의 공간 설계자였다. 구조물 안에 사람이 머무는 물리적 공간을 설계해 왔던 그가, 이제는 그 공간을 해체하고 회화 위에 ‘감정의 구조물’을 다시 짓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의 공간을 평생 지었다면, 이제는 그 공간 안에 담긴 기억과 감정을 2차원의 회화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구조물들이 시간이 흐르며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듯, 나 또한 그 시간의 층위를 회화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박재영 A Dream Journey_4 90.9×72.7cm Acrylic on canva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A Dream Journey_4 90.9×72.7cm Acrylic on canva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City in Grid 45×90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City in Grid 45×90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그의 그림은 완성된 듯하면서도 미완성처럼 보인다. 선과 면, 색과 구조가 겹겹이 쌓이며 삶이라는 ‘진행형의 여정’을 표현한다. 박 작가에게 회화는 과거 건축의 연장선이자,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새로운 건축적 실천이다.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도시의 구조물, 낡은 담벼락, 오래된 기와지붕, 골목길과 같은 인간의 흔적이 깃든 도시의 풍경을 모티프로 삼는다.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 삶의 무게가 추상적 형태로 번안된다.

박재영 City in Grid2 72.7×90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City in Grid2 72.7×90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The Light in the Park-7 116.8×91cm oil on canvas 2022-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The Light in the Park-7 116.8×91cm oil on canvas 2022-사진 김한정 기자

특히 ‘뒤엎어진 듯한 선’, ‘균열된 면’, ‘불완전한 구성’은 단순히 형태의 실험을 넘어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과 시대의 흔들림을 상징한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한국적 전통 산수화의 서정성을 동시대 도시적 감각과 결합한 그의 화풍은 자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울림을 전한다.

박재영 작가는 르 코르뷔지에의 “삶 자체가 건축이다”라는 말을 빌려 자신의 예술세계를 정의한다. 그는 건축이 공간을 짓는 일이었다면, 회화는 그 공간에 스며든 기억과 감정을 쌓아 올리는 일이라 말한다.

“건축이 돌과 철근으로 구조를 세우는 일이라면, 저에게 회화는 인간의 감정을 재료 삼아 마음의 공간을 짓는 작업입니다.”

박재영 White Morning 116.8×90.9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White Morning 116.8×90.9cm oil on canvas 2020-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City Walker 193.9×130.3cm oil on canvas 2022-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City Walker 193.9×130.3cm oil on canvas 2022-사진 김한정 기자

그의 작업은 화면 위에서 감정의 무게와 기억의 층위를 수직적으로 쌓아올린다. 이는 건축가로서의 기술과 예술가로서의 감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며, 그만의 회화적 건축술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재영은 단순히 직업을 전환한 작가가 아닌, 시간과 삶의 지층을 화폭에 새겨 넣는 ‘감성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다. 그는 지금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건축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의 표면 아래 숨겨진 내면의 지형도를 그려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박재영 Flowing City_3 130.3×163cm oil on canvas 2021-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Flowing City_3 130.3×163cm oil on canvas 2021-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Phantasmagoria 50×60.6cm oil on canvas 2019-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Phantasmagoria 50×60.6cm oil on canvas 2019-사진 김한정 기자

“나는 앞으로도 내 삶과 경험, 그리고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캔버스 위에 남겨가고 싶습니다. 나의 그림은 완성보다 과정에 가깝고, 늘 질문을 던지는 여정이자 삶의 고백입니다.”

박재영 작가는 회화를 통해 기억의 건축을 짓는다. 그 안엔 삶의 구조, 감정의 흔적, 인간의 실존이 담긴다. 'Dream Journey 2'는 단지 한 작가의 전시가 아니라,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중한 여정이었다.

박재영 바람이 머무는 곳 193.9×448.4cm oil on canvas 2023-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바람이 머무는 곳 193.9×448.4cm oil on canvas 2023-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작가-사진 김한정 기자
박재영 작가-사진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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