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순 작가, '도시의 일상과 사물의 반란을 말하다'

[아트코리아방송 지유영 기자] 도시 공간에 잠들어 있던 사물들이 깨어났다. 이돈순 작가의 개인전 '사물 동맹 – 조화의 반란'이 성남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에서 2025년 1월 14일부터 4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온 ‘못 그림(鐵釘繪畵)’ 작업의 연장선에서, 사물과 인간, 도시와 정치가 엉켜 만들어낸 시공간의 복잡한 관계를 날카롭고도 시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돈순_조화(造花)의 반란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조화(造花)의 반란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번 전시는 단지 조형물에 머물지 않는다. 사물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예술로, 메시지로, 퍼포먼스로 확장된다. 특히 2023년 말 비상계엄 선포라는 정치적 충격 이후 거리 곳곳을 점령했던 시위용 조화(造花)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장례용 조화(弔花)로 전환시켜 가방과 결합한 <꽃가방> 프로젝트는 시대적 감정과 정치 현실에 대한 날 선 풍자이자 미술적 저항이다.

이돈순_거주하는 사물들_버려진 각목에 UV 프린트_가변 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거주하는 사물들_버려진 각목에 UV 프린트_가변 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은 전시에서 골목에서 주운 각목, 폐의자, 방범창, 플라스틱 못 등을 조형 오브제로 재조합하여 도시 원도심의 삶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동시에 조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은 인간이 만든 인공 사물이 인간의 욕망과 정치적 권력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해석한다.

이돈순_사물의 시간_버려진 원목 의자에 못과 혼합재료, 영장산 낙엽_가변 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사물의 시간_버려진 원목 의자에 못과 혼합재료, 영장산 낙엽_가변 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물의 그물망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습니다. 조화는 생명이 없음에도 꽃을 가장하고, 진실을 덮는 수단이 되죠.” 작가는 말한다.

이돈순_대통령의 꽃_디지털 프린트_2024~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대통령의 꽃_디지털 프린트_2024~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전시 제목에 담긴 ‘사물 동맹’은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인간과 사물이 맺는 관계, 나아가 사회 구조와 권력의 작동 방식까지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돈순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미학적 재료로 삼아, 그것들이 담고 있는 시대의 감정과 상징성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이돈순_대통령의 꽃_용산 대통령실 주변 조화 수집(과정)_디지털 프린트_27.2x22cm_2024-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대통령의 꽃_용산 대통령실 주변 조화 수집(과정)_디지털 프린트_27.2x22cm_2024-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전시는 전시장 안팎으로 이어지는 확장형 설치와 도시 공간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특히 <꽃가방> 프로젝트는 작가가 직접 용산, 광화문, 헌법재판소 등지에 조화(造花)를 들고 걸으며 현실의 공간을 전시장으로 전환하는 행위적 작업이다. 이는 예술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며 시대를 증언하고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돈순_조화(造花)의 반란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액자(프레임), 수성페인트_가변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조화(造花)의 반란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액자(프레임), 수성페인트_가변설치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사물 동맹 – 조화의 반란'은 조화라는 인공물이 진실을 가장하고, 거리의 정치를 형상화하며, 미술이라는 렌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사물들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

이돈순_꽃가방 (광화문광장 퍼포먼스)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가방, 수성페인트 (사진 및 영상 기록)_20~-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꽃가방 (광화문광장 퍼포먼스)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가방, 수성페인트 (사진 및 영상 기록)_20~-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꽃가방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가방, 수성페인트_77x55x46cm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이돈순_꽃가방_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수집한 조화, 버려진 가방, 수성페인트_77x55x46cm_2025-사진 이돈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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