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끼, '감각 너머, 존재의 본질을 향한 예술의 여정'

[아트코리아방송 김종숙 기자] 갤러리 끼(대표 이광기)가 2025년 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세 명 '윤명로, 정 현, 우종택'과 함께 기획전 '감각 너머 예술(More than meets the eye)'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전시는 4월 4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회화와 조각, 설치를 아우르는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예술의 근본적 의미와 깊이를 성찰하고자 기획되었다.

‘감각 너머’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존재와 인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의 철학적 지향을 담고 있다. 삶 전체를 바쳐 도달한 산등성이 너머의 세계를 시각화하려는 이 기획은, 오늘날 예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실천적 선언이기도 하다.

세 작가, 세 개의 세계… 그러나 하나의 철학

윤명로(b.1936)
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윤명로 작가는 동서양 조형언어의 교차로에서 한국적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겸재예찬〉 연작은 겸재 정선의 정신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와 삶의 연륜이 고스란히 담긴 대표작이다.

윤명로, 겸재예찬 MV.905 Homage to Chungsun MV.905, 2005, Acrylic and iron powder on linen, 65x100cm-자료제공 ⓒYoun Myeungro
윤명로, 겸재예찬 MV.905 Homage to Chungsun MV.905, 2005, Acrylic and iron powder on linen, 65x100cm-자료제공 ⓒYoun Myeungro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윤명로 작가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윤명로 작가

 

정 현(b.1956)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정현 작가는 침목, 석탄, 콘크리트 파편 등 인공 물질로 작업하며 물질 너머의 정신성과 형이상학을 환기시킨다. 그의 조각은 단순한 형상을 넘어 ‘물음의 덩어리’로 존재하며, 감각의 너머에서 관객과 대면한다.

정현, Untitled, 2014, Coal tar on paper, 54.5x78.5cm - 자료제공 ⓒ갤러리끼
정현, Untitled, 2014, Coal tar on paper, 54.5x78.5cm - 자료제공 ⓒ갤러리끼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정현 작가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정현 작가

 

우종택(b.1973)
기운(氣韻)의 작가로 불리는 우종택은 동양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해내며, ‘rhythmic vitality(율동적 생명력)’가 담긴 획으로 세계와의 공명을 시각화한다. 그의 회화는 생명과 존재, 우주와의 연결성을 지닌 기운의 흐름이며, 설치작업으로 그 철학을 확장한다.

우종택, Memory of Origin, 2024, Mixed media on paper, 140x210cm - 자료제공 ⓒ갤러리끼
우종택, Memory of Origin, 2024, Mixed media on paper, 140x210cm - 자료제공 ⓒ갤러리끼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우종택 작가
갤러리 끼, 윤명로·정 현·우종택 3인전 '감각 너머 예술' 개최-우종택 작가

 

갤러리 끼는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관객과 예술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정 현, 우종택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미술평론가 이진명의 사회로, 각 작가의 작업 세계와 철학을 심도 깊게 나누는 시간을 4월 19일 오후 3시에 가진다.

‘감각 너머 요리’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정현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해산물과 우종택 작가의 산나물, 그리고 흑백요리사 이영숙 셰프의 창의적인 요리로 구성된다. 전시 감상 이후, 자연의 맛과 감각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미식의 경험이 5월 13일 오후 6시,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시장에는 향 디자인 전문 브랜드 ‘앳아로마 코리아’의 협찬으로 자연의 향기를 활용한 후각적 설치가 함께 구성되어, 시각을 넘어선 다감각적 예술 체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끼의 이광기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장르 구성이나 시각적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감각 너머의 예술적 깊이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광기 대표 정현 작가 우종택 작가-사진 김종숙 기자
이광기 대표 정현 작가 우종택 작가-사진 김종숙 기자

미술평론가 이진명 박사는 서문에서 “'감각 너머 예술'은 문법적으로는 감각 넘어 예술이지만, 삶 전체를 들여 도달한 경지를 표상하고자 했다”며, 윤명로의 미적 원류, 정현의 물질 철학, 우종택의 기운 미학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적 깊이를 집약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감각 너머 예술'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본질적 고민을 응축한 시도이자, 예술이 감각을 넘어 철학이 되는 지점에서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조용히 스며드는 향기처럼,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내면에 길고도 깊은 감동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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