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 미학산책 표현론 Ⅷ

딜타이는 체험-표현-이해를 1조로 연속된 정신의 영위(營爲)라고 생각했다. 그 사상은 만년의 저작 『정신과학에 있어서의 역사적 세계의 구성』(1910)의 제3권 ‘정신과학에 있어서의 역사적 세계의 구성’의 제1부 『체험·표현·이해』‘그 중에서도 제2장 ‘다른 사람과 그 생의 외화(外化)’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개념의 세 가지 사고방식의 특색은 표현을 의도에 의해 한정된 내용으로부터 풀고, 무의식적인 표현을 개척한 것에 있다. 이것은 필연적이었다. 왜냐하면, 작자의 정신적 개성의 표현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며 당연히 해석의 편차가 개재(介在)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해된 표현은 작가가 반듯이 자각하고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딜타이에 있어서 표현은 체험의 표현이며 그 체험은 모두가 의식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화된 체험을 형상화하는 것도 표현이며, 따라서 그 내용은 해석작업에 의해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명인 미학산책 표현론 Ⅷ. 사진 ai
박명인 미학산책 표현론 Ⅷ. 사진 ai

딜타이는 말한다.

‘체험의 표현과 그것이 근원적인 삶도 상기시키는 이해의 사이에는 특수한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 표현은 혼의 연관 속에 있고, 어떤 내성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을 초월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표현은 그것을 의식이 조명할 수 없는 깊이로부터 끌어 올린다’.〈Dilthet, Der Aufbau der geschichichen Welt in den Geisteewissenschaften, p. 206.〉

   여기에 표현개념의 깊은 위상이 있다. 의식과 의도를 초월하는 이 표현에 창조성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조주체란 체험을 표현할 수 있는 변환하는 장치이다. 다층적인 표현이 가능한 것은 하나하나의 체험이 집적(集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체는 현실에서 무수한 관계를 맺고 있다. 표현의 배후에는 이러한 잠재적인 연관이 있어서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그 자체만으로도 샤를 르 브룅의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복잡한 연관일 것이다.

   표현자의 표현은 자기발견의 도정이기도 하다. 명백한 것을 외화(外化)하는 것은 표현이라고 일컬을 가치가 없다. 발견적인 표현법을 생각하는 동시에서 참고가 되는 것이 샤를 뒬랭(Charles Dullin)의 사고방식이다. 뒬랭은 프랑스의 명배우이고 명연출가이며 배우양성법의 고찰자이기도 하다. 그가 젊은 배우에게 가르친 훈련은 ‘표현하려고 하기 전에 느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치를 바라보다가 하늘을 나는 새의 뒤를 쫓는 것.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기분이 좋은 향수 냄새를 맡는 것. 아침의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등이다. 왜 이러한 훈련이 필요한가 하면 그 이유는 ‘느끼는’것이 표현의 동인(動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학생에게 외적세계와 접촉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논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외적 세계와의 접촉을 세계의 소리라고 한다. 세계의 소리는 자아의 소리라는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소리가 만나 ‘표현’이 생긴다.〈Dullin, Souvenir et notes de travail d'un acteur, pp. 111-12 『배우의 일에 대해서』, 117-18쪽〉

   ‘자아의 소리’란 과거 경험의 총체로서 인격성으로부터 발하는 잠재적인 표현의욕이며 그것이 구체적 형태를 차지하기 위해서는‘세계의 소리’와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의 소리’와 만나는 것이 이른바 표현의 촉매작용을 행하는 셈이다. 빌헬름 딜타이의 ‘체험-표현’의 관계를 샤를 뒬랭의 이론에 의하면 체험이 둘로 분화되며 ‘자아의 소리’를 구성하고 있는 과거의 경험과 또 하나는 표현을 결정하게 하는 기회원인이 되는 ‘세계의 소리’를 듣는 체험이 된다. 전자는 잠재적이고 후자는 현재하고 있지만, 후자에는 전자의 전체가 이른바 융합하고 있는 것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칸딘스키 『형태의 문제』(1912), 156쪽.〉

   이렇게 하여 실현하는 표현이 생생하게 만든 실재감을 찬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며 샤를 뒬랭의 목적도 그러한 것만이 표현이라고 일컬을 만한 생각이 거기에서 나타나 있다. 이 표현개념은 ‘표정’으로서의 표현개념과 부합된다. 표현주의 시기에 ‘울림’의 비유로 표현을 말한 칸딘스키의 사상도 마찬가지다.

‘울림은 형태의 혼’

   형태는 울림에 의해 처음으로 생명을 얻어서 내면에서 밖으로 움직인다. 형태란 내적인 내용의 외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생생한 표정이라고 말하는 점에서 표현의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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