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국 단색화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이희돈 작가의 초대개인전 ‘인연의 結(결)’이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포브갤러리에서 2025년 4월 4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다. 

4월 5일 오후 1시 포브갤러리를 찾아 최지예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로 이희돈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품 설명을 들었다.

이희돈-연23-0218 Mised media on canvas 162.2×130.3cm(10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3-0218 Mised media on canvas 162.2×130.3cm(10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3-1012 Mised media on canvas 116.8×91.0cm(5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3-1012 Mised media on canvas 116.8×91.0cm(5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번 전시는 이희돈 작가가 수십 년간 지속해온 수행적 창작의 결실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과 존재의 밀도, 그리고 그 결합의 리듬을 오롯이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다.

이희돈 작가는 195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한국 전통의 미와 삶의 철학을 예술로 승화해 온 인물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작업은 단색화의 흐름 속에서도 한국적인 재료, 물성, 반복과 수행이라는 동양적 태도를 강하게 녹여내며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해왔다. 닥종이, 노끈, 폐골판지, 자체 개발한 특허 물감 등을 활용하여 단순한 평면을 넘어 입체적 조형성과 시간의 축적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의 작업은 단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희돈-연23-1206 Mised media on canvas 72.7×60.6cm(2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3-1206 Mised media on canvas 72.7×60.6cm(20F) 2023-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4-0818 Mised media on canvas 72.7×60.6cm(20F) 2024-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4-0818 Mised media on canvas 72.7×60.6cm(20F) 2024-사진 김한정 기자

작가가 말하는 ‘인연’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존재와 존재가 교차하고 연결되며 새롭게 생성되는 하나의 우주적 서사다. 그 인연은 반복되는 행위, 붓질, 물감의 층위로 이어진다. 수천 번의 붓질과 물감의 중첩, 노끈 위에 쌓아 올린 색채의 결들은 이희돈 작가의 철학이자 생의 기록이며, 그 자체가 예술이다. 그는 이를 ‘결’이라 명명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려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이희돈-연24-920 Mised media on canvas 116.8×91.0cm(50F) 2024-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4-920 Mised media on canvas 116.8×91.0cm(50F) 2024-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07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07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그 대표작인 ‘인연 시리즈’는 물론, 어린 시절 멍석 위의 추억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Roll 시리즈’도 함께 공개된다. ‘Roll’은 삶의 기억, 노동, 공동체, 가족의 의미를 함축한 상징적 장치로서, 단순한 말아 올린 형상이 아닌 내면의 서정과 시대의 정서를 함께 담는다. 멍석 위에서 말린 벼, 고운 햇살,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땀방울, 그리고 그 시간 위에 떠오르는 인간의 삶은 작가의 손끝에서 하나의 조형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희돈-연25-0113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13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25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 -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25 Mised media on canvas 93.0×93.0cm 2025 -사진 김한정 기자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라는 주체에서 시작된 행위를 캔버스 위에 나타내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물감이 뻗어나가는 결은 결국 삶의 연결이며, 존재의 흔적이다.” 이는 단지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물질과 물질, 존재와 존재, 작가와 세계, 그리고 감상자와의 관계 그 자체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색화의 원류를 형성한 1세대 작가들과의 교류에서 출발하여, 자신만의 작업 세계로 정제되어 온 작가의 깊은 사유가 집약된 자리다. 3천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이희돈 작가는 강화 작업실에서 매일 수 시간씩 고요히 화폭 앞에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축적해온 예술가다. 그는 작업 중에 배고픔도 잊고 아픔도 느끼지 못할 만큼 몰입하며, 그것이 삶이고 수행이며 기쁨이라 말한다.

이희돈-연25-0131 Mised media on canvas 130.2×130.2cm(100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131 Mised media on canvas 130.2×130.2cm(100S)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230 Mised media on canvas 112.5×112.5cm(80S) 2025 -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230 Mised media on canvas 112.5×112.5cm(80S) 2025 -사진 김한정 기자

작품에 대한 과도한 해설을 지양하는 그의 태도는 감상자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내면의 해석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그는 관람자와의 이상적인 관계를 ‘침묵 속의 교감’으로 정의하며, 설명보다 체험과 감각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의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예술적 명상’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희돈-연25-0321 Mised media on canvas 40.9×31.8cm(6F) -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연25-0321 Mised media on canvas 40.9×31.8cm(6F) -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인연25-0403 Mised media on canvas 91.0×72.7cm(30F) 2025-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인연25-0403 Mised media on canvas 91.0×72.7cm(30F) 2025-사진 김한정 기자

포브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이희돈 작가의 초대개인전은 한국적 추상의 깊이, 동양적 사유의 물성화, 그리고 수행적 창작의 본질을 다시금 되묻는다. K-미술 한류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진정한 예술의 언어로 세계에 다가설 수 있도록, 이희돈 작가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인연을 결짓고 있다.

전시는 2025년 5월 1일까지 계속되며, 포브갤러리(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18 B1)에서 관람 가능하다.

이희돈 작가 초대개인전 ‘인연의 結‘ -사진 김한정 기자
이희돈 작가 초대개인전 ‘인연의 結‘ -사진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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