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을 통한 회화의 재정의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는 2025년 3월 28일부터 5월 11일까지, 네덜란드 출신 작가 앤 폰 프라이버그(Anne von Freyburg)의 개인전 'Filthy Cute(더럽고 귀여운)'를 갤러리 3에서 선보인다. 본 전시는 직물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공예와 장식, 순수미술 간의 전통적 위계를 전복시키는 파격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폰 프라이버그는 이번 전시에서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의 대표작인 ‘사랑의 진행’ 시리즈를 재해석한 두 대형작을 포함, 총체적으로 여성성과 정체성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탐구를 담아냈다. 그녀는 직물을 회화적 수단으로 활용해 시각적 화려함과 함께,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 역할 , ‘보호자’이자 ‘기쁘게 하는 존재’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탐색하며, 나아가 자기 강화와 친절, 자유로운 자아정의를 옹호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또 다른 주요 시리즈는 17세기 네덜란드 꽃 정물화에 영감을 받은 '꽃 회화' 연작이다. 폰 프라이버그는 이 고전적 소재를 동시대적 시각으로 전환, ‘상품 페티시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성성과 소비문화에 얽힌 아이러니를 직물 위에 직조해낸다. 그녀는 다채로운 텍스타일과 대담한 색감, 입체적인 직물 텍스처를 통해 관람객에게 시각과 촉각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회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 ‘꽃 회화’ 연작은 사치 갤러리의 동시 진행 중인 대형 기획전 '꽃 - 현대 미술과 문화 속의 식물(FLOWERS – FLORA IN CONTEMPORARY ART & CULTURE)'에도 소개되고 있어, 폰 프라이버그의 작업이 현대 미술계에서 지닌 중요성과 영향력을 다시금 입증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직물 회화’를 넘어, 젠더, 정체성, 예술계의 위계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외양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페미니즘적 성찰은, 전통적 미학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어떻게 오늘날의 시각 문화를 흔들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관람객은 ‘Filthy Cute’ 전시를 통해 여성의 형상과 문화를 감각적으로 탐구하며, 텍스타일이라는 매체가 회화적 표현을 얼마나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사치 갤러리에서 무료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