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작가 “환대의 금줄을 넘어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5년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된 제2회 아트코리아청년작가 공모전 및 2025 Art Korea Global ART Fair가 성황리에 전시중이다.

정주영 작가-2025 Art Korea Global ART Fair '부스전에서 위로와 소통을 말하다'
정주영 작가-2025 Art Korea Global ART Fair '부스전에서 위로와 소통을 말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통과 실험이 공존하는 부스전이 함께 열려, 국내외 작가 8인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관람객과 평단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중 정주영 작가는 철학적 사유와 감각적 표현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주영 작가의 이번 출품작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환대’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금색 선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이 선을 “세상에 오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는 의미의 금줄”이라 설명한다.

정주영-너를 믿어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정주영-너를 믿어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정주영-언제까지나 기다릴게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정주영-언제까지나 기다릴게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누구든 세상에 오는 존재는 환영받아야 합니다. 이 작품은 그런 ‘환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도 제 마음의 환대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 작가는 화가라기보다 철학자에 가까운 내면의 여정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은 노자의 도덕경과 현상학에서 받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저는 눈앞에 보이는 세계를 넘어선 ‘지금 이대로의 현상’ 자체를 바라봅니다. 그 안에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게 작업의 출발점이에요.”

그에게 그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사유의 공간이며, 색과 형태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는 도구이다.

정주영-울어도 괜찮아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정주영-울어도 괜찮아 2025 mixed on canvas, 45.5×53cm
정주영-집으로 2025 mixed on canvas, 41×53cm
정주영-집으로 2025 mixed on canvas, 41×53cm

정 작가의 작업 방식 또한 독특하다. 붓 대신 몸으로 그리는 ‘영혼의 드로잉’으로 붓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온몸으로 캔버스와 마주한다.

“예전엔 붓에 영혼을 담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몸 전체를 사용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이 저에겐 더 진실한 표현입니다.”
그는 주로 서서 작업하며 팔과 손, 몸의 움직임을 통해 색을 얹고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방식은 추상적이면서도 강한 정서를 전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정주영-환대의 공간 2025 mixed on canvas, 50×95cm
정주영-환대의 공간 2025 mixed on canvas, 50×95cm
정주영-환대의 공간2 2025 mixed on canvas, 50×95cm (2)
정주영-환대의 공간2 2025 mixed on canvas, 50×95cm (2)

정 작가는 관람자에게 작품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둔다.
“블루 컬러 하나도 어떤 분에겐 희망이고, 또 어떤 분에겐 슬픔이 될 수 있어요. 색의 의미는 제 것이 아니라 보는 분의 것이죠.”
이러한 태도는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길 바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디자인이라는 실용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순수회화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 경험이 “색에 대한 감각과 구성력”이라는 자산이 되었다고 전한다.
디자인에서 회화로, 틀을 넘어 존재의 자리로 “틀은 깨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화풍은 틀을 깨려는 시도에서 시작됐어요.”
철학을 품은 위로의 그림, 그리고 공감의 화가로 정 작가는 미술치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정주영-환대의 공간2 2025 mixed on canvas, 50×95cm
정주영-환대의 공간2 2025 mixed on canvas, 50×95cm
정주영 작가-2025 Art Korea Global ART Fair '부스전에서 위로와 소통을 말하다'
정주영 작가-2025 Art Korea Global ART Fair '부스전에서 위로와 소통을 말하다'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너무 아픈 이들에게, 제 그림이 어깨를 토닥이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향후에도 노자, 현상학 등 철학적 바탕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지속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예술적 공감의 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림은 내 영혼의 기록입니다” 정주영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림을 통해 내 영혼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은 눈에 띄는 장식도, 화려한 구호도 없다. 그러나 철학적 뿌리와 깊이 있는 감성이 담긴 색과 구성은 관람자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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